④IMF 키즈의 생애 - 안은별

2021.08.18 20:59
고은영 팟캐스트 소울오름토크 진행자

우리에게 명명된 ‘세대’

[고은영의 내 인생의 책]④IMF 키즈의 생애 - 안은별

이 코너에 시국을 고려하지 않고 진짜 인생 책을 소개하고 있다. 청소년기에 뗀 책들의 무게감이 생각보다 컸다. 온라인 게임으로 치면 세계관 설계가 10~20대에 끝난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만난 코로나19는 내게 ‘2차 대규모 업데이트 패치’가 필요한 환경변화 정도이고, 나를 훼손할 수 없다. 나를 구성하고, 또 훼손한 사회 공기는 IMF(외환위기)였다.

1986년생 저자가 또래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IMF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으며, 회고의 대상이 아니라 무매개적으로 우리와 함께하게 된 시대의 공기다.” IMF 대신 들어갈 당신의 단어는? 그것은 아마 당신이 설계될 즈음의 공기. 당신을 크게 훼손했거나, 당신이 쟁취한 사건일 수도. 혹은 작가의 말처럼, “내가 속한 사회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라고 특정할 수 없는 광범위한 여파”의 이름.

붙여진 이름은 대부분 이전 세대가 무능하고 교활해서 발생한 여파를 감당했던 다음 세대에게, 딱지처럼 붙여진 것이라 확신한다. 젊은 이름들은 다 지금 뭐 하지? IMF 키즈는 겨우 생존한다. 세월호 세대는 공정에 갈라졌고 촛불 세대는 정권교체 후 사라졌다. 이름 없는 N들이 개인의 시대를 여는 중. 결국 쟁취하지 못하면, 생존했다는 것 말고는 자긍이 없다. 그래서 나는 늘 새 이름이 갖고 싶었지. 기후위기를 돌파한 세대, 이런 것.

매주 초등학생 문화예술 수업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지금이 ‘다양한 미디어로 안전하게 개인을 표현하기 시작한 때’로 남아야 하기에, 나는 코로나 세대란 말을 쓰지 않는다. 그것은 돌봄 책임을 바이러스와 개인에게 미루는, 애를 대충 키우는, 훼손을 용인하는 교활한 방식. IMF 때처럼 말이다. 양육과 교육이 ‘사회질서를 결정하는 현장’이 아닌, 수습 대상인 이상 그 방식은 계속되겠지.

우리는 이제 양육자 세대가 됐다. 얘들아 정신 똑바로 차리자. 우리는 우선순위를 바꾸고, 책임을 져야 해. 그게 우리가 새 이름을 갖는 유일한 방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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