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여자와 떠난 충동적 도피기

2010.06.01 20:39

"그동안 제 소설이 '백수'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를 다뤘다고 할까요. 충분히 실제 상황에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했어요. 다만, 정면으로 파고들어 심각하게 보여주기보다는 씁쓸한 유머로 그렸죠."

2000년대 '백수 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소설가 구경미(38) 씨가 두 번째 장편소설 '라오라오가 좋아'(현대문학)를 출간했다.

199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구씨는 소설집 '노는 인간'과 장편 '미안해, 벤자민' 등에서 변두리 삶을 살아가는 무능력자들의 무기력하고 목적 없는 일상을 그려왔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현재문학'에 연재한 '라오라오가 좋아'에도 소외된 사람들을 다뤄온 작가의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소설은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소속감 없이 떠도는 40대 가장과 그의 도움으로 한국에 와 국제결혼을 하게 된 라오스 처녀, 두 이방인이 현실을 등지고 도망 다니는 이야기를 그린다.

라오스 건설현장 소장이었던 중년 남자는 현지에서 만난 라오스 여성 아메이와 함께 귀국한다. 아메이는 남자의 소개로 그의 처남과 한 달 만에 결혼한다.

어느 날 한국에서의 결혼생활에 실망한 아메이가 남자를 찾아오고, 이들은 술김에 함께 밤을 보낸다. 순간의 실수로 일이 커지자 남자는 가족과 직장을 버린 채 아메이와 전국 각지로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인다.

소설의 외피는 중년 남자와 아메이의 불륜 혹은 사랑이지만,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현실의 벽을 뛰어넘은 남녀의 사랑 따위가 아니다. 운명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돌발적으로 도망길에 오른 두 사람은 결국 서로에게서도 소외돼 간다.

작가는 주인공 남자를 통해 현대인의 불확실성과 무목적성을 그린다. 아메이와 처남에게는 이주여성, 그리고 그녀들과 결혼하는 한국 남자들의 삶을 투영한다.

작가 구씨는 "다른 이야기를 해도 한 작가가 쓰다 보니 캐릭터가 전작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라며 "백수 이야기는 다룰 만큼 다뤘으니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고, 이번 작품이 그 변화의 중간쯤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목의 라오라오는 주인공 남자가 라오스에서 아메이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마신 라오스 전통주 이름이다.

284쪽. 1만2천원.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