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민속악기 ‘우쿨렐레’ 전도사 김창수

“작아봬도 그릇이 큰 악기… 못하는 연주 없어”

한국밤벨음악연구소 소장

‘우쿨렐레’라는 악기가 있다. 기타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훨씬 작고 줄이 네개다. 태평양 포르투갈계의 폴리네시아인들이 주로 사용해온 악기인데, 하와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한국밤벨음악연구소 김창수 소장(49)은 이 악기를 국내에 퍼뜨리는 일에 1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음악계에서는 그를 현대음악 작곡가나 인도음악 전문가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만, 현재의 그가 가장 기꺼워하는 호칭은 ‘우쿨렐레 전도사’다. 2002년부터 그에게 이 악기를 배운 사람들은 줄잡아 13만명. 지난 1월에는 전국에 15개 지부를 거느린 ‘한국우쿨렐레음악협회’를 창립, 본격적인 보급에 뛰어들었다.

오는 14일에는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우쿨렐레 달인으로 손꼽히는 캐나다 연주자 제임스 힐을 초청해 공연도 펼친다.

태평양 민속악기 ‘우쿨렐레’ 전도사  김창수

“우쿨렐레는 휴대하기 편하고 배우기도 쉽죠.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쉽다’가 다가 아닙니다. 몸집은 작아도 그릇은 아주 큽니다. 아이들 동요부터 쇼팽의 녹턴, 왈츠까지 연주가 가능합니다. 비발디와 바흐도 연주할 수 있어요. 음량은 크지 않지만, 모든 리듬과 선율과 화성이 이 작은 몸에서 다 나옵니다.”

서울 정동에서 만난 김 소장은 ‘우쿨렐레 예찬론’을 끝없이 펼쳤다.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후, 유럽이나 미국이 아니라 인도로 유학을 떠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그는 ‘자연주의 생활악기’ 우쿨렐레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그가 이 악기에 처음 매료된 것은 인도에 머물던 30대 초반. 힌두교 성지이자 인도 전통문화의 본거지로 손꼽히는 갠지스강 연안의 도시 바라나시에 머물 때의 일이었다. 당시 그는 바라나시 힌두대학에 적을 둔 채 인도 전통악기 타블라의 대가를 구루(스승)로 모시고 있었다.

“바라나시에서 장애 어린이들한테 음악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했어요. 그 아이들이 계속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쿨렐레’라는 해결책을 찾았던 거죠.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그때 그 아이들과 함께 한 경험이 이어진 겁니다. 어린이 음악교육을 위해 ‘밤벨음악연구소’를 개설했죠. 세계의 다양한 민속악기를 통해 음악의 본래 맛을 전해주려는 의도입니다.”

‘밤벨’은 원래 ‘앙클룽(Angklung)’이라는 인도네시아 악기다. 낮은 솔에서 높은 미까지 13음을 내는 것이 기본인데, ‘대나무로 만든 종’인 까닭에 ‘밤벨’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대나무끼리 몸을 부딪쳐 맑은 소리를 내는 앙클룽은 프랑스 현대음악가 메시앙을 매료시킨 악기이기도 하다. 김 소장은 아프리카 북 ‘젬베’와 페루의 민속타악기 ‘카혼’ 등도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이런 활동의 근저에는 ‘클래식 중심주의’에 대한 반감이 자리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는 “대학 시절만 해도 클래식과 국악만을 음악의 양대 줄기로 여겼다”며 “알고 보면 서양 클래식도 세상의 숱한 음악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타블라의 명인을 구루로 모시고 배우는 한편, 티베트 터키 스페인 모로코 등지를 방랑하며 음원을 채집했다.

“구루와 제자는 교수와 학생보다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에 가깝습니다. 입문하고 5년쯤 지나야 발을 닦아 드릴 수 있는데, 그건 수제자 그룹의 한 명으로 인정한다는 뜻이 됩니다. 아침마다 시장에 가서 가장 품질이 좋은 판(잎담배)을 사다가 구루의 방에 갖다 놓습니다. 그 다음에 다다구루(스승의 스승)의 영정을 모신 방에 가 예를 올리고, 구루 앞에 엎드려 발등에 키스합니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죠. 돈은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큰 구루께 타블라를, 다른 두 분의 구루한테서는 드루파드(인도의 전통 성악)와 시타르를 배웠죠.”

13년간의 인도 생활을 정리하고 완전히 귀국한 것은 1996년. 그 후 김 소장은 국내에 ‘인도음악 전문가’로 알려졌다. 각국을 방랑하며 채집한 음원으로 20장에 달하는 월드뮤직 음반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2002년부터 그의 중심 테마는 우쿨렐레다. 이제 국내에서 우쿨렐레를 거론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로 자리했다. 그는 “동호인카페 ‘밤벨뮤직 우쿨렐레’(cafe.daum.net/bambell)에 2만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라며, 14일 구로아트밸리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서 “35인조의 우쿨렐레 오케스트라가 첫선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당일 오전 10시에는 제임스 힐이 직접 지도하는 워크숍이 열리고, 2시부터 6시까지 우쿨렐레 체험과 세계 민속악기 전시 등 페스티벌이 벌어진다. 제임스 힐의 독주회는 7시30분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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