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베를린서 시작된 난민 요리 강좌…독일 30개 도시로 확산

2017.10.08 21:10 입력 2017.10.10 16:00 수정

거리 곳곳 글로벌 음식점 다양…독일식 페루 음식 등 퓨전 요리도

음식 관련 일자리, 난민 정착 도와…요리 모임, 식사하며 정서 교류

페루 음식점 ‘치차’의 대표 요리. 신선한 계절 생선을 레몬물에 절여 야채와 함께 내놓는 페루 음식 ‘믹스토’다.

페루 음식점 ‘치차’의 대표 요리. 신선한 계절 생선을 레몬물에 절여 야채와 함께 내놓는 페루 음식 ‘믹스토’다.

독일은 음식문화에 관한 한 소외돼 있던 나라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일’ 하면 소시지와 감자를 떠올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제 베를린은 글로벌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풍성한 도시로 변하고 있다. 거리에는 커리부르스트(커리가루와 토마토소스를 독일식 소시지와 함께 조리한 요리)보다 팔라펠 샌드위치(병아리콩을 으깨서 만든 경단을 납작한 빵과 함께 먹는 중동지역 음식)가 더 많이 보였다. 베트남, 멕시코, 인도 요리점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베를린 동남쪽 란트베어 운하 인근의 페루 음식점 ‘치차’엔 리마가 고향인 시몬 아마루 카스트로가 주방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연극배우 출신인 그는 베를린의 한 프랑스 식당에서 2010년부터 일했다. 지난해 치차가 문을 열면서 합류했다.

“페루는 지형과 기후가 다양한 나라예요. 그래서 다채로운 식재료가 있어요. 재배하고 있는 감자만 3500종이 넘죠. 이곳에서 제가 시도하는 음식은 독일이라는 문화에 페루 음식이 섞인 ‘뉴 퀴진’입니다. 단순한 페루 요리가 아닌, 독일식 페루 요리죠.”

요리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안티쿠초스 데 코라손’을 권했다. 소 염통을 꼬치에 꿰어 구운 요리다. 그는 “과거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온 노예들이 소의 버려진 부위로 요리를 했는데 특히 염통구이가 맛이 좋다”면서 “페루의 길거리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대표 메뉴”라고 소개했다.

베를린 노이쾰른 지역에 위치한 터키식 디저트 바클라바 가게 ‘다마스쿠스 케이크 숍’에 진열돼 있는 디저트.

베를린 노이쾰른 지역에 위치한 터키식 디저트 바클라바 가게 ‘다마스쿠스 케이크 숍’에 진열돼 있는 디저트.

노이쾰른에 있는 터키식 디저트 바클라바 가게 ‘콘디토라이 다마스쿠스(다마스쿠스 케이크 숍)’는 베를린 주민들이 즐겨 찾는 명물이다. 맛집으로 지역 언론에도 몇 차례 소개됐다. 이곳은 2011년 시리아를 탈출한 사카의 가족이 새 삶을 일구고 있는 터전이다.

아들인 수알리아만은 “할아버지대부터 시리아 홈스에서 ‘사카형제들’이라는 이름의 바클라바 가게를 운영했다”면서 “ ‘파트너 제도’ 덕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트너 제도’는 먼저 정착한 난민 가족들이 뒤에 오는 난민 가족들을 돕는 시스템으로, 효과적인 난민지원 프로그램으로 각광받고 있다.

베를린의 난민지원 프로그램은 예술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이 자리를 잡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음식과 관련한 일자리 마련이다. 음식은 문화도시 베를린의 특색에도 부합할 뿐 아니라 난민들이 원래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경제적 기반까지 다질 수 있는 적절한 아이템이다.

2013년 만들어진 ‘위베 덴 텔러란’은 모범적인 사례다. 베를린 대학생들이 ‘난민’이라는 추상적인 사람들을 구체적 이웃으로 맞이하겠다는 취지로 뜻을 모았다. 모임의 이름이 가진 뜻은 ‘당신의 접시를 넘어’. 이들은 격주 주말마다 크로이츠베르크의 작은 카페를 빌려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이란 요리 강좌를 연다. 해당 지역에서 온 난민들이 저마다 고국의 요리를 독일인들에게 가르치고 음식을 만들어 함께 식사를 한다. 이들은 2014년 각 나라 요리법을 모은 책 <더 나은 우리를 위한 요리법>을 발간했다. 이 책이 큰 반향을 얻으며 이들은 독일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덕분에 이 프로그램은 이듬해인 2015년 독일 내 30개 도시로 퍼졌다.

스타 셰프와 난민 출신 요리사가 순회 레스토랑을 열어 함께 요리하는 프로그램을 이끄는 사회활동가 리사는 “난민들이 독일 사회에 와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딱딱하고 냉정한 관료들인데 그들이 독일 시민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독일 시민들에게도 난민이 우리의 이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베를린 프랜즈라우어버그에 있는 한 교회에선 매주 토요일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이라크에서 온 난민들과 학생, 지역주민 등 50여명이 직접 요리하며 만찬을 나눈다. ‘만나서 먹자’라는 이름의 지역 요리 모임이다. 교회는 장소뿐 아니라 헌금의 일정액을 재료비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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