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복이 찍은 1930~40년대 인물과 풍경

2018.04.18 17:11 입력 2018.04.29 14:54 수정

국립현대미술관이 1930~4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 작가 최계복(1909~2002)의 사진 작품과 판권을 지난 2월 국내 유족(대표 정은규)으로부터 기증 받았다고 18일 밝혔다. 기증 작품은 1933년 최계복이 첫 촬영한 ‘영선못의 봄’을 포함한 원본사진 81점과 원본필름 169점(원판 네거티브)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작품은 총 1013점인데 연대가 대부분 1950년대 이후다. 1930~40년대 근대 사진을 대거 기증받은 것은 처음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47년 조선산악회 제4회 국토구명사업 중 울릉도·독도 학술조사에 사진보도원으로 참가하여 촬영한 독도관련 필름도 포함되어 있다. 국토구명사업 기록사진 중 유일한 독도 사진으로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했다.

최계복은 1930~40년대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한 1세대 사진작가다. 1909년 대구에서 태어나 17세에 일본 교토로 건너가 필름 현상과 인화 작업 등을 배우고 돌아와 ‘최계복 사진기점’을 열었다. 다큐멘터리 사진에 신문사진, 현장중심사진, 리얼리즘사진, 광고사진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1960년대 미국으로 이민을 간 그는 2002년에 작고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피사체를 단순한 대상으로 보기보다 그 안에서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예술적인 것을 찾아내려 했다. 이러한 노력은 사진을 단순한 기록물이 아닌 예술 작품의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말한다. 이런 평도 있다. “그의 사진 작업은 서양 낭만주의 회화에서 출발하는 화면 구도와 함께 1880년대부터 서구 사진계를 지배했던 픽토리얼리즘을 도입한 당대 일본 예술사진에 정통해 있었고, 당대 일본의 사진작가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회화적 미학을 보여주었다.”(김태욱, 한국학논집 제49집)

국립현대미술관은 일부 원본필름을 디지털프린트 형식으로 출력해 4월25일부터 12월16일까지 열리는 ‘기증작품 특별전 2010~18’에 공개한다. 추후 나머지 원본 필름도 모두 공개할 계획이다.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풍경이나 인물 사진은 평화롭고, 풍요롭다. 갸우뚱할 수 있다. 최계복 사진 기증을 두고 국립현대미술관 발표 자료에 빠진 게 있다. ‘친일’ 부분이다. 최계복은 욱일승천기가 대구공항 개장 현장이나 대구신사터, 대일본국방부인회 대구지회 회원의 사격 장면 등도 촬영했다. 2013년 대구 민언련 여은경 사무처장이 이 점을 비판하고 지적했다. 2009년 ‘최계복 탄생 100년’ 때도 논란이 됐다. 최계복은 일제 당시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했는데, 하나 마나한 소리지만 공모전 취지에 부합하는 작품을 촬영했기에 상을 받았을 것이다.

최인진 사진역사연구소 소장이 ‘최계복 탄생 100년 기념 전시 및 사진집 출간’ 즈음인 2009년 월간 포토넷과 가진 인터뷰를 보면 사진의 시대적 배경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최 소장은 “왜색을 띠거나 일제 강점기의 식민 통치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 사진들이 모두 ‘어두운 기억의 저편’이라는 제목 하에 모여 있습니다”며 설명을 요청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어두운 기억의 저편’의 사진들에 대해서는 최계복 선생이 친일을 한 것처럼 보이니 일부에서는 전시와 사진집에서 빼자는, 또 다른 쪽에서는 이것도 역사적 기억이니 넣어야 한다는, 찬반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전시에서는 많이 추려서 보여 주되 사진집에는 모두 수록하기로 했습니다. … 당시에는 공모전에 사진을 출품해서 입상, 입선하는 것이 사진가의 활동에서는 중요했습니다. 예컨대 정월 초하루가 가까워지면 일왕이 칙제를 내립니다. 그리고 이런 칙제에 따라 각 신문사에서 공모전을 개최했습니다 그러니 입상하기 위해 그에 맞추어 이러한 사진들을 찍게 되었던 것입니다.” 칙제(勅題)는 ‘왕이 출제한 시문의 제목’을 가리킨다. ‘일제의 수탈과 착취, 조선인의 고통과 참상을 촬영하시오’를 칙제로 냈을 리는 없을 것이다. 부분에 대해서는 더 자료를 찾지 못했다. 저 즐겁고 평화로운 인물·풍경은 일제 선전 의도에 부합하는 사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작품과 시대·역사를 떼놓고 볼 순 없다. 1920~30년대 수탈과 착취, 강제노동, 신사참배를 기록한 사진들도 남아 있다. 최계복의 사진을 볼 때면, 일제의 선전 등 당시 맥락과 역사적 배경을 함께 봐야 할 듯하다.

다음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공개한 기증 작품 디지털본 총 10점이다. 촬영 순으로 정리했다.

■영선못의 봄

영선못의 봄, 1933,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영선못의 봄, 1933,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양화미

양화미, 1936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양화미, 1936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즐거운 공휴일

즐거운 공휴일, 1936

즐거운 공휴일, 1936

■봄을 이야기하다

봄을 이야기하다 (가작), 1936,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봄을 이야기하다 (가작), 1936,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봄의여성

봄의여성, 1937

봄의여성, 1937

■미풍

미풍, 1937,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미풍, 1937,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대구시네마의 인상

대구시네마의 인상, 1938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대구시네마의 인상, 1938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춘풍

춘풍, 1938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춘풍, 1938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여름언덕

여름언덕, 1939,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여름언덕, 1939,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독도

독도, 1947,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독도, 1947,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최계복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최계복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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