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팔레스타인 혹은 북부 시리아에서 수입된 것으로 알려진 신라시대 유리잔이 완전한 형태로 복원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5세기 무렵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 출토된 국보 제193호 유리잔을 새롭게 보존처리하여 지난달 29일부터 신라실에서 공개했다. 이번에 새롭게 보존처리한 유리잔은 1973년 황남대총 남분에서 출토되어 1978년 국보 제193호로 지정된 총 4점 중 하나이다. 이 유리잔은 발굴 직후 파손된 편들을 붙였지만, 결실부는 복원하지 않은 채 최근까지 전시됐다. 그러나 유리잔의 형태를 지탱하고 있던 접합제가 오랜 시간이 지나 약화되어 안정성이 우려되고 미관을 해치고 있어 이번에 새롭게 보존처리 했다.
특히 파손된 편들을 재접합하여 어긋난 형태를 바로 잡은데 그치지 않고 결실부를 복원하여 발굴이후 처음으로 완형을 갖추게 됐다. 따라서 보존처리 전 형태보다 동체부와 높이가 조금 넓어지고 낮아지는 변화를 보였다.
이해순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 학예연구사는 “무엇보다 발굴 당시 수습된 여러 개의 유리조각 중 2개의 편이 이번에 복원 처리된 유리잔의 부속품이었음을 확인한 것이 성과”라고 밝혔다. 떨어져 나가 구멍이 송송 뚫려있던 부분에 맞는 조각을 찾았다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보존처리를 하는 김에 컴퓨터 단층촬영 및 과학적 조사를 통해 유리잔의 제작기법까지 분석했다. 그 결과 유리잔은 속이 빈 불대의 한쪽 끝에 유리액을 묻힌 후 입으로 불어서 형태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리 띠를 덧대거나 입술을 둥글게 말아 제작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초기 비잔틴 시기 지중해 동부 연안에 있는 팔레스타인과 북쪽 시리아 지역에서 만든 것이 실크로드를 따라 신라에까지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