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우주비행사 태양 착륙 주장’ 보도 어떻게 나왔나

2019.05.04 13:15

조선중앙통신이 북한 우주비행사가 태양에 착륙했다고 보도했다며 아일랜드 풍자 매체 <워터포드 위스퍼>가 제시한 사진. /워터포드 위스퍼 캡처

조선중앙통신이 북한 우주비행사가 태양에 착륙했다고 보도했다며 아일랜드 풍자 매체 <워터포드 위스퍼>가 제시한 사진. /워터포드 위스퍼 캡처

[언더그라운드.넷] 북한의 17세 우주비행사가 인류 최초로 태양에 착륙했고, 흑점 샘플을 가지고 지구로 귀환했다?

5년 전쯤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다. 조선중앙통신이 그렇게 보도했다는 것이다. 찾아보면, 2014년 11월 8일 작성된 일본어판 러시아 <스푸트니

크> 뉴스 보도 캡처 이미지만 나온다(링크는 현재 작동되지 않는다).

조선중앙통신 기사라고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근거로 제시한 영상사진을 보면 앵커 옆 뉴스 이미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장면이다. 그런데 그 밑엔 ‘림상약물정보봉사체계’라는 자막이 달려 있다. 미사일 발사 장면만 나중에 합성한 것으로 보인다. 찾아보니 이 문제에 대해 ‘풀 스토리’를 제공한 언론이 있다. 밀레니얼 세대 매체를 표방하는 <마이크(mic)>라는 매체다. 기사 제목은 이렇다. ‘북한 매체는 우주비행사를 정말 태양에 착륙시켰다고 보도했나?’ 기사에 따르면 사실이 아니다. 북한 매체는 그런 보도를 한 적 없다. 그렇다면 이 뉴스는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일까.

<마이크>가 인용한 레딧의 관련 토론에 따르면 최초로 보도한 것은 아일랜드의 워터포드에서 발행되는 <워터포드 위스퍼>라는 인터넷 매체다. 보도 날짜를 보니 2014년 1월 21일. 위의 <마이크> 보도가 나온 것은 사흘 뒤인 24일이다. <워터포드 위스퍼>는 풍자 전문 매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2015년엔 아일랜드 백만장자 기업가 데니스 오브라이언이 이 매체에 기사 삭제 요구 내용증명을 보낸 적이 있다. 문제가 된 기사는 오브라이언이 수뢰혐의로 기소되었다는 보도인데, ‘평행세계’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북한 우주비행사 태양 착륙 기사를 확인해보니 바로 밑에 나오는 최신 기사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년 안에 노트르담 성당 복원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6개월 안에 완수해야 한다”는 ‘신(God)’의 인터뷰 기사다.

앞서 인용한 ‘림상약물~’ 캡처 이미지는 이 매체가 출처였다. 일종의 ‘가짜뉴스’다. 기사 작성자는 한국어나 문화에 대해선 잘 몰랐던 것 같다. 그건 기사 본문에 인용한 17세 북한 우주비행사 이름 표기에서도 드러난다. 기사에 따르면 이 비행사 이름은 ‘Hung Il Gong’, 그러니까 ‘공흥일’씨다. 그런데 기사에서는 계속 헝(Hung)씨로 표기된다. 한국엔 없는 성씨다. 오늘의 교훈. 가짜뉴스를 만드는 데도 내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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