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거물을 쓰러뜨린 여성들···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2020.07.06 14:00 입력 2020.07.06 14:10 수정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2016년 미국 폭스뉴스 회장 로저 에일스를 상대로 벌어진 직장 내 성희롱 소송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주인공인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가 한 엘리베이터에 탄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2016년 미국 폭스뉴스 회장 로저 에일스를 상대로 벌어진 직장 내 성희롱 소송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주인공인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가 한 엘리베이터에 탄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나섰던 2016년 미국의 거대 보수 언론인 폭스뉴스 회장 로저 에일스를 상대로 앵커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이 성희롱 소송을 벌였다. 당시 미디어 산업에서 최초로 이뤄진 직장 내 성희롱 소송이었다. 칼슨의 소송 이후 성추행 폭로가 이어졌고 폭스 뉴스의 간판 앵커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도 목소리를 더했다.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이란 부제처럼 거대 권력에 맞서 세상을 바꾼 여성들의 용기와 연대를 다룬 작품이다.

“남성들이 우월하다는 발언을 정정해볼래요?” “날 계집애라고 부른 거 인사팀에 찔렀어요.” 남성 패널 일색인 시사 프로그램에서 칼슨은 여성혐오적 발언에 맞대응하지만 돌아온 건 좌천이었다. 이후 칼슨은 “폭스뉴스 CEO 로저 에일스의 성적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는 폭로로 미국 전역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한편 켈리는 대선 캠페인 당시 거침없는 막말로 인기몰이를 하던 트럼프와 TV토론에서 설전을 벌이며 화제의 중심에 선다.

미국의 거대 보수 언론인 폭스뉴스 회장이자 직장 내 성범죄 가해자인 로저 에일스 역은 배우 존 리스고가 연기했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미국의 거대 보수 언론인 폭스뉴스 회장이자 직장 내 성범죄 가해자인 로저 에일스 역은 배우 존 리스고가 연기했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에일스는 칼슨과 켈리를 비롯한 여성 직원들에게 ‘성공의 대가’를 요구하며 성추행을 일삼았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에일스는 칼슨과 켈리를 비롯한 여성 직원들에게 ‘성공의 대가’를 요구하며 성추행을 일삼았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세 주인공 중 유일한 가상 인물인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은 열정 넘치는 신입 사원이다. “새로운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야망과 열정으로 가득찬 인물로, 로저 에일스를 독대하는 기회를 쟁취한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하게 되고, “충성을 보여달라”는 에일스의 제안에 혼란에 빠진다. 영화는 포스피실이란 인물을 만들어냄으로써 칼슨이 폭로한 직장 내 성범죄 문제가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문제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최초 내부고발자인 칼슨을 단독으로 내세우지 않은 점이 흥미롭다. 칼슨의 결단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추가 폭로를 결심한 켈리, 선배·동료들이 만들어내는 ‘미투’ 운동의 물결 속에 고뇌하는 포스피실의 이야기가 비중있게 다뤄진다. 칼슨과 켈리, 포스피실이 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하는 장면은 각자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결국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여성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완전무결한 ‘피해자다움’의 환상을 좇는 대신, 생계와 명예를 위해 분투하는 여성들의 현실을 조명한다.

세 명의 주인공 중 유일한 가상인물인 포스피실은 칼슨이 폭로한 직장 내 성범죄 문제가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문제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세 명의 주인공 중 유일한 가상인물인 포스피실은 칼슨이 폭로한 직장 내 성범죄 문제가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문제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는 미디어 산업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여성혐오 문제도 꼬집는다. 폭스뉴스는 카메라에 여성의 다리가 잘 잡히도록 아래가 훤히 보이는 유리 탁자를 스튜디오에 배치했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는 미디어 산업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여성혐오 문제도 꼬집는다. 폭스뉴스는 카메라에 여성의 다리가 잘 잡히도록 아래가 훤히 보이는 유리 탁자를 스튜디오에 배치했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는 미디어 산업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여성혐오 문제도 날카롭게 꼬집어낸다. 영화 <빅쇼트>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각본가 찰스 랜돌프는 켈리를 화자로 내세워 미디어가 어떻게 여성을 ‘이용해 먹는가’를 해설한다. 여성 출연자 의상실에는 다리가 드러나는 짧은 원피스와 치마만 제공되며, 카메라에 여성의 다리가 잘 잡히도록 스튜디오 안 탁자를 유리로 제작해 배치했다. “TV는 시각매체”라는 에일스의 신념과 함께 여성 앵커가 받는 시청자 의견의 90% 이상이 외모와 의상 지적이라는 부연도 빼놓지 않는다.

에일스는 회장직에서 물러나지만 개운한 해피엔딩은 아니다. 에일스가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돈이 피해자들에게 지불한 합의금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미디어는 여전히 남성들이 지배하고 있으며, 여성혐오적 발언을 일삼던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 켈리의 대사가 묵직하게 관객석에 와닿는 이유다.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분장상을 받았다. 8일 개봉. 109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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