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 ‘10년 존버 거래’의 결말은

2020.11.07 11:38

중고나라 ‘10년 존버 거래’의 결말은

2010년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올라온 삼익악기 통기타 판매 글. 20만원이라는 중고가 책정이 적절한 지 여부가 논란이 되었다.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2010년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올라온 삼익악기 통기타 판매 글. 20만원이라는 중고가 책정이 적절한 지 여부가 논란이 되었다.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언더그라운드.넷] 11월 4일, 많은 사람이 결과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미국 대선 최종 승자? 아니다.

중고나라 거래결과다.

올 초, 한 누리꾼은 ‘2020년 가장 기대되는 이벤트’라고 했다.

가장 많이 공유되는 사건의 이름은 ‘중고나라 10년 존버’다.

메탈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사용자가 “10년 후에 50만원에 사죠”라는 댓글을 올린 건 2010년 11월 4일 오후 16시 58분.

판매자는 “장난은 다른 데 가서 하세요”라고 답했다. 그런데 지난 2018년 10월 말 ‘Guitar Holic’이라는 닉네임 사용자가 “2년 남았습니다, 잘 지내시죠?”라고 댓글을 달았다.

8년 만의 댓글이다. 판매자는 1년 후 “ㅋㅋㅋㅋ 내년이네요”라고 답한다. (‘10년 뒤 50만원을 내겠다’고 말한 사용자와 ‘2년 남았다’고 글을 남긴 사용자가 동일인이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50만원 이야기를 처음 꺼낸 건 판매자였다.

판매 물품(통기타)이 악기회사 삼익의 초기모델로 “10년만 더 지나면 50만원 정도할 것”이라며 자신이 내놓은 판매가격(20만원)이 “적당한 가격이라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메탈이라는 사용자는 “10년만 더 지나면… 기타가 망가질 것”이라고 코멘트했다. 가격 협상용이었는지, ‘너무 비싸다’는 단순 지적인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어쨌든 판매자는 “절대 그런 후진 기타는 아니다”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10년 후에 50만원에 사겠다”는 패기의 약속은 그렇게 나왔다.

그리고 대망의 11월 4일, 거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10년의 존버’라는 제목으로 인터넷밈이 된 기타판매자와 누리꾼이 주고 받은 댓글. 현재는 삭제되었다. /네이버카페  중고나라

‘10년의 존버’라는 제목으로 인터넷밈이 된 기타판매자와 누리꾼이 주고 받은 댓글. 현재는 삭제되었다. /네이버카페 중고나라

답은 성사되지 않았다. 게시글은 삭제됐다.

부담을 느낀 걸까. 게시글은 지난해 무렵 화제를 모았다. 이때부터 ‘중고나라 10년 존버’ 게시글은 누리꾼 성지가 되었다.

어쨌든 애초의 판매 글엔 판매자 휴대폰 번호도 있었는데?

“휴… ‘기타 안 파냐’는 전화 수도 없이 받았습니다. 게시물 올린 사람에게 쪽지를 보내봤지만 아무런 답도 못 받았고요.”

5~6년 전부터 해당 번호를 쓰고 있다는 임지섭씨(32)의 말이다.

중고나라 글을 찾아가 ‘번호 주인이 변경되었다’라는 덧글도 남겼지만 소용없었다는 답이다.

10년 전 20만원 중고가 책정은 적절했을까.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어쨌든 지금은 생산되는 모델이 아니고 단종되었습니다.”

임성환 삼익악기 차장의 말이다. 1990년대 악기공장이 한국에 있을 때 생산된 모델이라고 했다. ‘바디스타일:드래드넛 디바디, 상판:스푸르스, 흑판: 마호가니 재질’ 정도의 사양정보가 남아있는 전부다.

그도 ‘중고나라 10년 존버 거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듯했다.

“10년뒤 구입한다고 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판매자의 물건 판매 글은 딱 하나 더 있다. 카메라 렌즈다.

e메일로 검색하면 다른 번호가 나온다. 검색해보면 출장 마시지 업소 선전 글이 나온다. 전화해봤다. 사용이 중지된 번호라는 안내만 나온다.

결국 ‘50만원 받을 만큼 지난 10년간 잘 관리되었는지 여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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