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알바생’이 에미상 남우주연상까지…이정재의 30년 연기 ‘스펙트럼’

2022.09.13 16:08 입력 2022.09.13 20:00 수정

‘오징어게임’으로 비영어권 최초 배우상

아르바이트 하다 캐스팅 돼 드라마 데뷔

공백 없이 다작 행보...‘도둑들’로 흥행

‘헌트’로 감독 도전장, 사업가 역량도 탁월

배우 이정재가 12일(현지시간)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AP 연합뉴스

배우 이정재가 12일(현지시간)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AP 연합뉴스

배우 이정재(50)가 12일(현지시간)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로 미국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정재는 소속사를 통해 밝힌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 상의 기쁨을 <오징어 게임>과 성기훈을 사랑해주신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겠다.감사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기쁨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도 내비쳤다. 그는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며 “‘아시아인이 메인 캐릭터로 상을 받는 데 오래 걸렸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또 “(수상 소식에) 한국 분들도 굉장히 기뻐해 주시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의 분들도 굉장히 기뻐해 주셔서 제가 받은 이 상이 저 혼자서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상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제74회 에미상 시상식 직후 로스앤젤레스(LA)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출연 배우들과 함께한 기자 간담회에서 이정재는 “‘열심히 했다’는 표현보다 나름대로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었다”며 “훌륭한 제작 준비 과정, 저희가 생동감있게 연기했던 모습들을 시청자 분들이 재밌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촬영은 오래 전에 끝났지만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드라마 가운데 최초로 에미상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정재는 “비 영어권 콘텐츠로 어떻게 그렇게 많은 관객분들에게 사랑을 받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고, 오늘 이 상을 받고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연기자는 꼭 언어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법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언어로만 표현하는 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번 (오징어 게임에서 맡았던) 성기훈 역을 통해 증명된 것 같다. 어떤 이야기나 주제를 두고 서로 소통하는 방법은 훨씬 더 많이 있고, 그것이 통하기만 하면 메시지와 주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의 주제를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작품이) 많은 부분에서 (기대에) 부합했다 생각해 기쁘다”고 덧붙였다.

지난 1년은 그야말로 이정재의 시간이었다. <오징어 게임>이 대흥행하면서 한국에서 이미 톱스타였던 그는 전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했다. <오징어 게임>으로 지난 2월 미국 배우조합(SAG) 남우주연상 등 굵직한 상만 미국에서 네 차례나 수상했다.

이정재는 21살인 1993년 SBS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했다. 당시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스타제조기’로 불린 디자이너 하용수에게 발탁돼 모델일을 하며 연예계에 입문했다.

데뷔 후 무명시절 없이 단숨에 청춘스타로 등극했다. 첫 영화인 배창호 감독의 <젊은 남자>(1994)로 이듬해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 3개 시상식에서 신인남우상을 휩쓸었다. 같은 시기 방송된 SBS 드라마 <모래시계>(1995)에서는 고현정이 연기한 윤혜린의 보디가드 백재희 역을 맡아 큰 인기를 얻었다. <젊은 남자>의 배창호 감독은 13일 통화에서 “젊은이가 가지고 있는 야망이나 우수에 찬 느낌을 다 보여줄 수 있는 배우라 캐스팅했었다”며 “당시 <모래시계> 촬영과 병행하느라 피곤했을텐데 성실하게 촬영에 임했고, 특별히 연기 주문할 것이 따로 없을 정도로 캐릭터를 잘 이해한 채로 촬영장에 왔다”고 회상했다.

SBS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보디가드 백재희 역을 맡은 이정재. 모래시계 캡처.

SBS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보디가드 백재희 역을 맡은 이정재. 모래시계 캡처.

군 복무 뒤 <불새>(1997), <박대박>(1997) 등의 영화에 이어 김성수 감독의 영화 <태양은 없다>(1999)로 다시 한 번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영화에서 그는 흥신소 직원 조홍기 역을 매력적으로 그려내며 연기력을 인정받아 청룡영화상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연예계 절친으로 알려진 정우성과도 이 시기에 인연을 맺었다.

이후 이정재는 이렇다할 공백기 없이 다작을 하며 행보를 이어갔다. <이재수의 난>(1999), <인터뷰>(2000), <시월애>(2000), <순애보>(2000), <흑수선>(2001), <선물>(2001), <오! 브라더스>(2003), <태풍>(2005) 등 사극부터 멜로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다양한 배역을 선보였지만 이 시기 흥행성적은 좋지 못했다.

그에게 다시 한 번 전성기가 찾아온 것은 임상수 감독의 작품이자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인 <하녀>(2010)에 출연하면서다. 이정재는 자신의 집에 하녀로 들어온 여자(전도연)를 탐하는 부잣집 주인 남자 ‘훈’ 역으로 출연했다. 이정재 스스로 “위험한 도전”이라고 표현했던 훈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연기력으로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2012년 ‘천만 영화’인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2012)은 이정재가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는 데 크게 기여한 작품이다. <도둑들> 이후로 <신세계>(2013), <관상>(2013), <암살>(2015), <신과 함께>(2017) 등 출연하는 영화마다 흥행에 성공했다. 천만 관객을 넘긴 출연작만 4편이다.

영화 <하녀>에서 부잣집 주인 남자 ‘훈’역을 맡은 이정재. 네이버 포토.

영화 <하녀>에서 부잣집 주인 남자 ‘훈’역을 맡은 이정재. 네이버 포토.

이미 최전성기에 도달했다고 생각한 그는 지난해 9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징어 게임>으로 ‘제3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정재는 사채업자들에 쫓기다가 생존 게임에 참가한 주인공 성기훈 역을 맡았다. 성기훈은 파업에 참여해 회사에서 해고된 뒤 치킨집을 열었다가 망하고, 술과 도박에 빠져 가진 건 빚 밖에 없는 폐인이다. 그러나 인간미만은 잃지 않는 소시민적 인물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이정재는 기존의 도회적인 이미지를 내려놓고 지질한 중년 남성 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올해 그는 감독이라는 새로운 영역에도 도전장을 내밀어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이정재가 각본, 연출, 연기까지 1인 3역을 해내며 4년간 공들여 만든 첩보 영화 <헌트>는 올해 제 75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국내 개봉 후 관객수 426만명을 넘기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6년 전부터 이정재는 정우성과 함께 연예기획사 아티스트컴퍼니를 운영하며 사업가로서 역량도 입증해내고 있다.

청춘 스타로 단숨에 인기를 얻었음에도 꾸준한 연기 변신과 도전을 한 것이 30년이 넘게 지속돼온 그의 인기 비결이다. 이정재는 디즈니플러스가 제작하는 스타워즈 시리즈 <어콜라이트>(The Acolyte) 주인공에도 캐스팅됐다.

‘오징어 게임’에서 성기훈 역을 연기한 이정재.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에서 성기훈 역을 연기한 이정재.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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