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8부작, 오는 9일 공개
‘악인에 대한 살인은 정당화 될 수 있나’ 질문
최우식·손석구 떠오르는 연기파 배우의 호연
살인 등 자극적 장면에 ‘청소년 관람 불가’
<살인자ㅇ난감>. ‘살인 장난감’으로 읽히기도 하고 ‘살인자 난감’으로 읽히기도 한다. 전자로 읽으면 살인을 장난처럼 한다는 뜻인가 싶고, 후자로 읽으면 살인자가 겪는 난감한 상황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8부작 시리즈다. 언론 시사로 이 중 4회가 먼저 공개됐다.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남자 이탕(최우식)과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 장난감(손석구)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탕은 평범한 대학생이다.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취업도 어려울 것 같고 워킹 홀리데이로 한국을 떠날 생각만 한다. 여느 날처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 진상 손님 일행을 만난다. 꾹 참았는데, 퇴근길 그들을 다시 만난다. 의도치 않게 살인을 저지른다. 정말 의도는 없어 보이는데 살인을 저지르는 그의 모습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인적이 뜸한 골목에서 사람들은 아무 일 없는 듯 길을 간다. 비가 쏟아진다. 이탕은 집으로 돌아간다.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죽은 사람을 보는 환상을 겪고 괴로움에 제 목숨을 끊으려고도 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이탕을 범인으로 가리키는 증거들은 모두 사라지고, 경찰 조사 결과 죽은 이는 연쇄살인범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탕은 또다시 의도치 않은 살인을 저지른다. 이번에 죽은 이도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이였고 역시 증거는 없다. 세상이 이탕의 살인을 응원하는 듯하다. 겉보기엔 착한 이탕과 알고 보니 범죄자였던 이의 죽음 속에서 시청자는 ‘신이 내린 영웅인가, 심판받을 악인인가’라는 드라마 포스터의 문구를 떠올릴 테다.
이탕의 살인이 아무리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해도 그를 추적하는 이는 있다. 형사 장난감이다. 이름으로 놀림받지 않기 위해 형사가 됐다는 그는 감각적으로 이탕이 연쇄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고 확신한다. 조여오는 포위망 속에 노빈(김요한)이라는 해커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을 ‘배트맨과 로빈’의 로빈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히어로가 될 수 없으니 그 조수 역할인 ‘사이드킥’을 맡겠다며 이탕을 돕는다. 노빈은 이탕에게 악인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악인에 대한 사적 심판을 정당화할 수 있나’라는 물음을 던진다. 새로운 질문은 아니나, 드라마는 전형적이지 않는 연출로 시청자의 흥미를 끈다. 어떤 살인 장면은 밝고 경쾌하게 처리되는데, 시청자가 살인이라는 행위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하려는 시도를 무력하게 만드는 효과도 준다.
평범해 보이긴 하지만, 살인 전에도 친구의 물건을 훔치고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며 죄책감에 무뎠던 이탕이라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최우식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우연한 살인이 의도적 살인으로 변하며 인물이 겪는 변화가 최우식의 연기에서 세밀하게 그려진다. 노빈과 장난감 형사를 각각 맡은 김요한· 손석구의 원작 캐릭터와의 ‘동기화’ 수준도 높다. 회차가 진행하면서 새로 등장하는 송촌(이희준)이라는 인물은 드라마의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와 영화 <사라진 밤>을 연출한 이창희 감독이 연출했다. 잔혹한 장면이 꽤 있고, 일부 갑작스러운 노출 장면도 있어서인지 관람 등급은 ‘청소년 관람 불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