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와 저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관계 이상”···민희진 2시간15분 격정 기자회견

2024.04.25 22:08 입력 2024.04.26 00:40 수정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서울 강남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관련 사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서울 강남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관련 사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국내 최대 K팝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하이브가 25일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부터 실시 중인 내부 감사에서 민 대표가 어도어 경영진들과 모의해 모회사인 하이브의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시도가 사실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어도어는 4세대 아이돌 그룹의 대표 격인 뉴진스의 소속사다.

민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경영권을 찬탈하려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내부적으로 겪었던 갈등, 하이브와 맺은 주주간계약의 협상 과정 등을 폭로했다. 뉴진스의 컴백을 불과 며칠 앞둔 상황에서 하이브가 내부 감사에 들어가고, 그 과정을 사실상 언론에 모두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2시간 이상 이어진 민 기자회견의 주요 내용을 요약했다.

“18% 지분이 경영권 찬탈? 불가능”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민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에 그래픽 디자이너로 입사해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 SM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의 브랜드 콘셉트 기획부터 제작까지 관여한 스타 제작자다. SM에서 이사까지 오른 뒤 퇴사해 2019년 하이브로 이적했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SM 퇴사 후 며칠 만에 헤드헨터로부터 연락을 받고 나간 자리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당시 방 의장은 하이브의 전신인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었다. 민 대표는 빅히트에 CBO로 입사했고, 이후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CEO가 됐다. 어도어의 지분은 80%는 하이브가, 18%는 민 대표, 2%는 어도어 경영진이 갖고 있다.

민 대표는 하이브에서 주장하는 ‘경영권 탈취’에 대해 “경영권 찬탈을 계획한 적도, 의도한 적도, 실행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2년 만에 이런 실적을 낸 사람이 없다.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계열사 사장을 이렇게 찍어내는게 배임 아닌가”라며 “나는 일을 잘한 죄밖에 없다”고 했다.

하이브가 25일 공개한 민 대표와 어도어 부대표 A씨간의 카톡 대화. 하이브 제공

하이브가 25일 공개한 민 대표와 어도어 부대표 A씨간의 카톡 대화. 하이브 제공

하이브는 이날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시도 증거로 민 대표와 어도어 부대표 A씨 간의 카톡 대화를 공개했다. 민 대표는 이 대화에 대해 ‘직장인으로서 회사가 원망스러워 가볍게 나눈 사담’ 이었다고 말했다. 하이브와 자신 사이에 체결한 ‘주주간계약’ 내용 조정 문제로 압박을 받고 있는 와중에 농담처럼 나눈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민 대표는 “계약서 때문에 한 회사에 평생 묶여 있어야 된다면 답답하지 않겠느냐”며 “사안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당시 상황은) 실제로 가벼웠다”고 했다. 하이브가 전체적인 맥락을 알 수 없게끔 대화의 한 토막을 떼어와 경영권 탈취 시도처럼 공개했다는 주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 대표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의 이수균, 이숙미 변호사가 동석했다. 이숙미 변호사는 “배임이라면 회사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실제 했을 때 성립하는데, 그런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수균 변호사도 “지분이 80대20인 상황에서 경영권 찬탈은 불가능하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어도어에는 그런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굳이 반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하이브가 저를 배신했다고 생각한다. 써먹을 만큼 다 써먹고, 약을 다 빨만큼 빨아서 필요없으니까. 저를 찍어누르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했다.

“르세라핌 데뷔하기 전까지 뉴진스 홍보 금지 통보”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쏘스뮤직 소속 그룹 르세라핌. 쏘스뮤직 제공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쏘스뮤직 소속 그룹 르세라핌. 쏘스뮤직 제공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뉴진스를 데뷔시키는 과정에서 하이브가 홍보를 금지하는 등 “방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민희진 걸그룹’ 이라고 홍보를 해놓고, 막상 현 뉴진스 멤버들로 팀을 꾸리자 “쏘스뮤직에서 사쿠라, 김채원을 필두로 한 걸그룹을 첫 번째로 내기로 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것이다.

민 대표는 “저한테 박지원님(현 하이브 CEO)이 부탁을 했다. 르세라핌 나오기 전까지 뉴진스 홍보하지 말아달라고. (르세라핌이) 민희진 걸그룹인 것처럼 착각을 시켜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박지원 하이브 CEO와 지난해 말부터 나눈 카카오톡 대화 여러 장을 공개했다.

“아일릿, 안무·데뷔 방식 등 뉴진스 베껴”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 소속 신인 그룹 아일릿. 빌리프랩 제공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 소속 신인 그룹 아일릿. 빌리프랩 제공

민 대표는 하이브의 어도어 감사 사실이 보도된 지난 22일 ‘아일릿의 뉴진스 베끼기’에 대해 항의를 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아일릿의 안무, 데뷔 과정에서 뉴진스를 베꼈다고 비판했다.

민 대표는 뉴진스가 데뷔 초기 고궁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던 것을 이야기하며 “이전까지 아이돌의 그런 한복 컨셉은 없었는데, 뉴진스가 두 번을 하고 나니 아일릿이 똑같이 했다. 나중엔 구분조차 안됐다”고 말했다.

아일릿의 ‘마그네틱(Magnetic)’ 안무의 특정 구간에 대해서도 “왜 우리 안무를 마음대로 썼느냐. 우리 안무가들이 엄청 화가 나 있다”며 “(아일릿은) 르세라핌의 안무도 갖다 썼다. 여기에 반기를 안 드는게 역적이다. 이게 안좋다고 이야기하는게 좋은 직원”이라고 말했다.

뉴진스 멤버들, 전화해서 눈물

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민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뉴진스 멤버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렸다.

그는 뉴진스 멤버 해린을 언급하며 “원래 말이 없고, 성격이 고양이 같은 애인데 오밤중에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자기가 문자를 보내고 싶었는데 말이 안나와서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했다”며 “혜인이는 20분 동안 울면서 포닝(뉴진스 소통앱)을 켜겠다고, 자기가 이야기하고 싶다고 그랬는데 하지 말라고 말렸다”고 했다.

민 대표는 “뉴진스랑 저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관계 이상”이라며 “어제 하니는 ‘대퓨님(하니가 민 대표를 부르는 애칭) 너무 힘드시죠. 거기 계시는데로 제가 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뉴진스 멤버 중 한 명의 부모와 나눈 문자 메시지도 공개했다. 문자를 보면 “쏘스뮤직에서 우리 아이들 데려온 것 완전 거짓말 해서 르세라핌 팬도 적으로 만들고 있다. 뉴진스 탄생 배경도 알리실 수 있음 알리시는게 좋을 것 같아 알려드린다”는 내용이 있다. 민 대표는 ‘하이브의 첫 걸그룹’ 데뷔를 위해 방 의장 측에서 먼저 쏘스뮤직의 연습생을 멤버로 합류하는 것을 제안해 첫 번째 멤버인 민지가 합류하게 됐고, 이후 오디션 등을 거쳐 나머지 멤버들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하이브의 감사 시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뉴진스 신곡 릴리즈가 내일(27일)인데 어떻게 월요일에 감사를 하느냐”며 “뉴진스를 아끼는게 맞느냐”고 말했다.

이수균 변호사는 “내일 뮤직비디오를 론칭하는데 하이브는 월요일에 경영권 찬탈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모회사로서 당연히 놀랄 수 있지만, 바로 언론에 공표를 했다”며 “뉴진스를 과연 생각하는건 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이브 “사실이 아닌 내용 너무 많아 답변할 가치 없어”

하이브 본사. 연합뉴스

하이브 본사. 연합뉴스

하이브는 민 대표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공식 입장을 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민 대표는 시점을 뒤섞는 방식으로 논점을 호도하고, 특유의 굴절된 해석기제로 왜곡된 사실관계를 공적인 장소에서 발표했다”고 했다.

또 “당사는 모든 주장에 대하여 증빙과 함께 반박할 수 있으나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일일이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이미 경영자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만큼 어도어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 속히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며 “또한 아티스트와 부모님들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아티스트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니 중단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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