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의 초기 작품이자 기록화인 ‘정선 필 북원수회도첩’ 등 5건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북원수회도첩’과 ‘도은선생집’, ‘무안 목우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영덕 장륙사의 영산회상도와 지장시왕도를 보물로 지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정선 필 북원수회도첩(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은 겸재가 1716년(숙종 42)에 그린 기록화 ’북원수회도‘가 실린 서화첩이다. 문신 관료인 이광적(1628~1717)이 서울 서촌의 장의동 집(북원, 현 청운동 일대)에서 연 과거 급제 60년 기념 잔치, 동네의 퇴직 관료들 모임을 기념해 제작됐다.

모두 20장 40면으로 구성된 이 서화첩은 북원수회도와 모임 참석자 명단, 당시 유명 문인들의 시와 글, 제작 경위를 담은 발문이 수록됐다. 국가유산청은 “진경산수를 대표하는 화가인 겸재의 초기작이자 기록화라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 중요하다”며 “숙종 후반기에 활동한 역사적 인물들과 관련된 시문이 함께 담겨 있어 예술적·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이 서화첩은 최근 별세한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1929~2024)의 기증품이기도 하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기증, 각종 기부 등으로 유명한 그는 개성 출신 실업가인 부친(손세기)과 함께 대를 이어 수집한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3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도은선생집’(전남대 도서관 소장)은 고려 말의 학자인 도은 이숭인(1347~1392)의 시문집이다. ‘도은선생집’은 원래 1406년(태종 6)경 태종의 명으로 변계량이 시집 3권 및 문집 2권으로 엮고 권근이 서문을 지어 금속활자본으로 간행됐다. 이번 보물로 지정된 시문집은 당시의 금속활자본이 아니라 그 이후 목판본으로 다시 찍은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이미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다른 목판본과 달리 이 판본은 권근과 주탁·정도전의 서문, 이색·장부·고손지의 발문이 온전히 남아 있다”며 “이숭인의 시문과 함께 <고려사> 등의 역사서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내용들도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영덕 장륙사 영산회상도’와 ‘영덕 장륙사 지장시왕도’는 1764년(영조 40)이라는 제작 연대, 불화를 그린 승려(화승) 등을 알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다. 국가유산청은 “크게 변형되지 않고 제작 당시의 모습 그대로 유지 보존되어 있어 장황 형식, 안료 등 미술사 이외 분야에 있어서도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고 밝혔다.

‘무안 목우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은 1614년(광해군 6)이라는 제작 연대, 조각을 한 승려인 조각승 등이 파악된 불상이다. 국가유산청은 “17세기 전반에 제작된 불상 중 아미타여래삼존상으로는 보기 드문 예라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의가 있다”며 “조각승들의 활동을 알 수 있어 학술적 가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