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어봐야 한다”
여균동 감독(50)은 1990년대 문화 애호가들에게 각기 다른 재능으로 기억돼 있다.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극단 연우무대의 배우였고, 헤겔, 루카치 등 까다로운 미학서의 번역자였으며, 무엇보다 명민한 영화감독이었다. <세상밖으로>(94)는 그의 명성을 확고히한 데뷔작이었다. <1724 기방난동사건>은 그가 <미인>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상업영화다.
-의외의 작품으로 돌아왔다.
“대중과 친근한 영화에 대한 욕망이 있었다. 내가 사극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8년 만에 상업영화를 하니 무엇이 달라졌나.
“시스템에 일정 부분 동의하면 캐스팅, 투자, 배급 등 예전 감독이 겪었던 압력을 덜 수 있다. 다만 제작자의 경직된 사고가 창작자의 순발력과 어긋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의 조폭 코미디’라는 평가에는 동의하나.
“피할 수 없는 평가다. 하지만 장르 영화는 항상 재생산된다. 새로운 메시지는 아닐지언정 뭔가 다른 관점이 있을 것이다.”
-젊은 관객이 좋아할 것 같나.
“영화는 나름의 운명이 있다. 의도대로 다 되지는 않는다. 편집, 색채 등 젊은 층과 호흡할 수 있게 했다.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2004년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등 정치에 뜻을 두기도 했다.
“이젠 그럴 생각 없다. 재미있게 사는 방법, 죄짓지 않고 사는 방법을 고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