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

2010.10.20 21:51 입력 2010.11.10 12:19 수정
박주연 기자

연출·연기 개성만점, 가창력은 ‘옥에 티’

특별한 세트나 배경 그림, 소품도 없이 단지 배우들의 동선과 연기, 노래 그리고 조명과 효과음이 빚어낸 개성 만점의 무대. 19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III에서 막오른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한아름 작, 서재형 연출, 황호준 작·편곡)은 2억원의 저예산으로도 대본과 연출,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제대로 조화를 이루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작품이다. 특히 배우들의 슬로모션 같은 동작과 표정, 영화필름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처럼 보이는 역모션 동작, 긴장감을 조장하는 다양한 효과음, 남자주인공 ‘구동’ 역으로 출연한 신예 김대현의 열연이 돋보였다.

[리뷰]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

2005년 초연된 동명 연극을 뮤지컬로 만든 <왕세자 실종사건>은 어느 날 밤 조선의 왕실에서 7살 된 왕세자가 사라진 사건을 계기로 벌어지는 미스터리극이다. 모두가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하던 중 감찰상궁인 최상궁은 왕세자가 실종된 시간에 처소를 이탈한 중궁전 나인 자숙이와 동궁 숙직 내관으로 자리를 비우고 자숙이를 만난 구동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러나 취조 중 자숙이가 왕의 아이를 회임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본질과는 다른 방향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다.

급박하게 전개되는 내용은 연극과 똑같다. 등장인물들의 진술이나 상상을 통해 왕세자가 사라진 시간으로 되돌아가 여러 가지 추리를 보여준다. 다른 점은 테마곡 ‘왕세자가 사라졌다’를 비롯해 13곡의 노래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스트링 앙상블, 어쿠스틱 재즈쿼텟, 브라스 빅밴드 앙상블을 기본으로 피아노, 일렉트릭 악기, 세계민속악기 등을 혼용한 음악들이다. ‘왕세자가 사라졌다’가 박진감 넘치는 곡이라면 자숙이가 부르는 팝발라드풍의 ‘어제만큼 지워지는 추억’이나 구동과 함께 부르는 ‘구동의 죽음’은 처연하다.

스릴감과 함께 웃음, 눈물을 뽑게 하는 것도 이 뮤지컬의 미덕. 회임한 자숙이를 구박하는 중전을 향해 왕이 “중전, 유독 손이 귀한 때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최상궁이 스윙재즈풍의 노래 ‘이대로 물러설 수는 운명’을 걸쭉하게 부르며 몸을 흔드는 장면 등에서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극 후반부 자숙이와의 관계를 의심받는 구동이 물리적으로 거세까지 하며 내시가 된 사연이 전개될 때, 객석 곳곳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잇따랐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결코 빼어나다고 할 수 없는 배우들의 가창력이다. 11월7일까지.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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