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

2010.10.06 21:18
이로사 기자

‘영원한 사랑’ 노래하는 진부한 로맨스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의 시작은 뉴욕 타임스 스퀘어다. 속도문명의 극단인 그곳에서 이탈리아 베로나로 장소를 옮기면서 영화는 자연히 ‘낭만’을 말할 힘을 얻는다. 아무데서나 섣불리 낭만과 사랑을 설파할 수 없는 시대다.

[리뷰]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

장소로 일종의 정당성을 확보한 영화는 마음놓고 영원한 사랑을 노래한다. 작가 지망생인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약혼자 빅토(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와 함께 베로나로 여행을 떠난다. 소피는 ‘줄리엣의 발코니’의 돌벽에 비밀스러운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써넣는 전 세계의 여성들을 보고 깊은 감화를 받는다. 그러다 돌 틈에서 우연히 50년 전 쓰여진 낡은 편지 한통을 발견한다. 소피는 이루지 못한 과거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편지 속 사연에 답장을 보낸다. 며칠 후 소피의 눈앞에 편지 속 주인공인 클레어(바네사 레드그레이브)와 그녀의 손자 찰리(크리스토퍼 이건)가 거짓말처럼 나타난다. 셋은 클레어의 옛 사랑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의 중심 소재는 제목에서 보듯 ‘편지’다. ‘줄리엣의 비서’를 자처하는 이탈리아 여자들은 줄리엣의 발코니에서 수거해온 편지에 답장을 쓴다. 작가를 꿈꾸는 소피가 그 틈에 끼어들어 클레어를 만나게 된다. 정통 로맨스물의 문법에서 비켜있지 않은데, 보다 진부한 느낌이 드는 것은 ‘편지’ 탓이다. 글자로 쓰여진 사랑은 웬만해선 식상한 법이다. 더구나 작가를 꿈꾸기에 소피의 글은 닳고 닳은 로맨스 소설같다. 클레어에게 보낸 소피의 편지는 이런 식이다. “사랑은 늦는 법이 없습니다.” “저라면 용기를 내어 그 사람을 잡겠어요.”

객석에선 왕왕 실소가 터졌다. 50년을 꿈꿔온 사랑을 드디어 만나게 되는 장면. 클레어가 나이든 모습으로 옛사랑을 다시 만나길 주저하고 있을 때, 50년 전의 그 남자가 말을 타고 옷자락을 휘날리며 달려온다. 그리고 주저없이 “오랜 세월이 흘러 당신도, 나도 파트너가 없게 되었으니 우리 결혼합시다”라고 말한다. 사랑의 힘으로 반세기의 시간을 순식간에 뛰어넘는다.

이야기는 소피의 현재의 사랑으로 흐르면서 제자리를 찾는다. 50년 전 사랑을 붙잡지 못한 클레어의 시행착오는 ‘현재의 사랑을 잡아라’는 정언명령으로 전환된다.

<맘마미아>의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로맨스물과 잘 어울리는 얼굴이다. 그녀가 베로나와 시에나의 명소들을 걷기만 해도 아름답다. 그간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촐싹대는 연기도 볼 만하다.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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