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려상 28년 만에 여성 감독이 품었다

2021.07.18 11:41 입력 2021.07.18 21:39 수정

74회 칸국제영화제서 뒤쿠르노의 ‘티탄’ 수상

찬사·악평 동시에 받은 문제작

17일(현지시간)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티탄>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티탄>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제74회 칸국제영화제가 17일(현지시간) 폐막했다. 쥘리아 뒤쿠르노(37)의 <티탄>이 여성 감독의 작품으로는 28년 만에 두 번째로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다.

프랑스 출신의 뒤쿠르노 감독은 이날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세상에는 쉽게 분류될 수 없는 아름다움과 감정이 있다”며 “우리의 영화 체험과 삶에 더욱 많은 다양성을 가져온 심사위원께 감사드린다. 괴물이 들어오도록 허락해준 데 대해서도 감사드린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배우 샤론 스톤과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감독 스파이크 리가 시상했다.

뒤쿠르노의 두 번째 장편 <티탄>은 영화제 내내 찬사와 악평을 동시에 받은 문제작이었다. 자동차와의 성애, 연쇄살인, 스테로이드 중독 등 종잡을 수 없는 소재를 엮어낸 도발적인 작품이다. 뉴욕 매거진의 네이트 존스는 “돌아오는 길에 치아가 아드레날린으로 떨렸다”고 한 반면, 가디언의 피터 브래드쇼는 “어리석고 무의미하다”고 했다. 뒤쿠르노의 첫 작품 <로(Raw)>(2016)는 칸 비평가주간에서 상영됐는데, 이 역시 식인이라는 극단적인 소재를 활용했다.

<티탄>은 1993년 제인 캠피언의 <피아노> 이후 여성 감독 영화로는 두 번째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피아노>가 첸카이거의 <패왕별희>와 공동으로 수상했기에, 여성 감독 단독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심사위원대상은 이란의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영웅>, 핀란드의 유호 쿠오스마넨의 <컴파트먼트 넘버6>가 공동수상했다. 감독상은 자신의 첫 영어 영화이자 뮤지컬 영화인 <아네트>를 연출한 레오스 카락스, 각본상은 <드라이브 마이 카>의 류스케 하마구치와 오에 다카마사가 받았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이 원작이다.

여우주연상은 <세상 최악의 인간>의 노르웨이 배우 레나트 라인스베, 남우주연상은 <니트람>의 미국 배우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받았다. 심사위원상은 이스라엘 감독 나다브 라피드의 <아헤드의 무릎>과 태국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메모리아>가 받았다.

<b>앗, 실수!</b><br />17일(현지시간) 제74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 경쟁부문 심사위원장 스파이크 리(왼쪽에서 두번째)와 송강호(오른쪽) 등 심사위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날 폐막식 초반부에 스파이크 리가 사회자의 말을 잘못 알아듣고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미리 발표해버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AP연합뉴스

앗, 실수!
17일(현지시간) 제74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 경쟁부문 심사위원장 스파이크 리(왼쪽에서 두번째)와 송강호(오른쪽) 등 심사위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날 폐막식 초반부에 스파이크 리가 사회자의 말을 잘못 알아듣고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미리 발표해버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AP연합뉴스

봉준호 깜짝 초청으로 개막 선언
송강호 심사·이병헌 시상 참여

올해 한국영화는 24편의 경쟁 부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홍상수 감독의 <당신 얼굴 앞에서>가 올해 신설된 칸 프리미어 부문,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이 비경쟁 부문에서 상영됐다. 2년 전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개막식에 깜짝 초청돼 “영화제는 멈췄지만 영화는 멈춘 적이 없다”며 개막을 선언했다. 배우 송강호는 한국영화인으로는 다섯 번째로 경쟁 부문 심사위원에 위촉돼 황금종려상의 주인을 가렸다. <비상선언>에 출연하기도 한 배우 이병헌은 폐막식에 나와 여우주연상을 시상했다. 윤대원 감독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작품인 <매미>는 학생 경쟁 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서 2등상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지난해 칸영화제는 일부 초청작만 발표했을 뿐 사실상 열리지 못했다. 올해 역시 평소의 5월이 아닌 7월에 열렸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인 만큼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으나, 큰 사고 없이 무난하게 치러졌다는 평을 받았다. 유럽의약품청이 인정한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코로나19 항체증명서를 소지하지 않은 이들은 영화제 현장에 마련된 검역소에서 48시간에 한 번씩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극장 안에서는 마스크를 쓰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지만, 쓰지 않은 이들도 많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칸영화제는 내년 행사를 예년처럼 5월에 열 것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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