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악기” 무용수들 춤으로 음악을 연주하다

2014.10.01 21:25 입력 2014.10.01 21:37 수정

스위스 링가무용단 ‘신체지도…’ 팔·다리에 기계장치 부착 움직임 따라 소리·조명 만들어

춤으로 음악을 연주한다. 스위스 링가무용단의 <신체지도 다시 그리기>를 보고 나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14 출품작 중 하나로 3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신체지도 다시 그리기>는 몸과 음악이 과학기술을 통해 엮이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무용수들은 가느다란 줄에 매달린 채 무대에 떠 있는 작은 기계장치를 신기한 표정으로 만지작거린다. 무용수들은 이 장치들을 하나씩 떼어 팔, 다리 등에 장착한 뒤 춤을 춘다.

이 공연의 특별한 점은 사용되는 모든 음악이 무용수들의 동작에 의해 연주된다는 것이다. 링가무용단이 스위스 로잔대학과 1년여에 걸쳐 개발한 장치는 동작의 가속도, 운동방향, 근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렇게 측정된 수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데이터화되고, 이 데이터는 다시 소리로 변환된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링가무용단 안무가 마르코 칸탈루포는 “무용수들이 자신의 동작을 보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듣고 움직이게 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무용의 새 어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마르코 칸달루포와 카타르지나 그다니예츠 부부(왼쪽)가 안무한 작품 ‘신체지도 다시 그리기’의 한국 공연 리허설 모습. |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마르코 칸달루포와 카타르지나 그다니예츠 부부(왼쪽)가 안무한 작품 ‘신체지도 다시 그리기’의 한국 공연 리허설 모습. |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물론 공연의 기본 동작은 정해져 있다. 7명의 무용수들은 사전에 안무된 동작을 선보인다. 그러나 공연 음악은 매번 조금씩 달라진다. 무용수들의 미세한 움직임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연 종반부에는 조명까지 신체 움직임에 연동된다. 근육에 힘을 주면 조명이 밝아지고 빼면 어두워진다.

칸탈루포는 휴식 시간에 연습실 구석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무용수들을 가리키며 웃었다. “보세요. 사람 수만큼의 컴퓨터가 있네요.” 무용수들은 각자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칸탈루포는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삶을 침해하는 듯하지만 인간은 어떻게든 존재해 나간다”며 “특히 테크놀로지에 친화적인 한국 관객이 공연을 보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업은 무용수들에게도 도전이었다. 2009년부터 링가무용단에서 활동해온 무용수 김혜경씨는 “내 몸의 움직임과 기계의 원리를 모두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새로운 지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연습은 힘들었지만 작품 이후 새로운 느낌도 얻었다. 김씨는 “길을 가다 갑자기 멈출 때, 버스를 타고 가다 몸이 앞으로 쏠릴 때와 같이 지금까지 무심코 벌어진 동작을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동작을 청각적으로 증폭시켜 받아들인 경험이 지금까지 자신의 몸에 대해 갖고 있던 시선을 다차원으로 만들어준 셈이다.

1992년 부부 안무가인 마르코 칸탈루포와 카타르지나 그다니예츠가 창단한 링가무용단은 사회적 이슈를 결합한 무용 공연으로 주목받았다. <Go!>(2004)는 이민 문제, <포장된 나>(2005)는 소비사회 문제, <부엌>(2006)은 가정폭력 문제 등을 다뤘다.

칸탈루포는 “유럽 무용계에서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공연이 주된 흐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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