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편견 따위 가뿐히 눌러버린 유쾌한 쇼뮤지컬, ‘킹키부츠’

2022.08.07 11:45 입력 2022.08.07 20:00 수정

CJ ENM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뮤지컬 <킹키부츠>는 타인의 시선에 맞추지 말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유쾌한 쇼뮤지컬로 브로드웨이에서 호평을 받았다. CJ ENM 제공

CJ ENM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뮤지컬 <킹키부츠>는 타인의 시선에 맞추지 말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유쾌한 쇼뮤지컬로 브로드웨이에서 호평을 받았다. CJ ENM 제공

“신사 숙녀 여러분, 그리고 이런저런 분들.”

뮤지컬 <킹키부츠>의 ‘롤라’는 관객을 이렇게 호명한다. 그 역시 신사와 숙녀 사이 어디쯤에 있는, 어느 한쪽에 속하길 거부하는 “이런저런 분들” 가운데 하나다. 롤라는 영국 런던의 한 클럽에서 일하는 드래그퀸이다. 예전 이름은 사이먼. 권투 선수였던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한 때 아마추어 권투 선수로 살았다. 하지만 그는 글러브를 버리고 어렸을 때부터 매혹됐던 하이힐과 노래를 택했고, 세상의 무수한 편견과 싸워야 했다. 자신을 ‘신사’ 혹은 ‘숙녀’ 둘 중 하나로 규정하려 하는 시선에 맞서 그는 이렇게 노래한다. “내가 원하는 건 딱 한 가지! 나 자신을 찬양하라!”

지난달 20일 막을 올린 뮤지컬 <킹키부츠>는 롤라의 이 당당한 ‘자기애 선언’만으로도 관객을 매혹시키는 뮤지컬이다. 여기에 객석까지 들썩이게 하는 흥겨운 음악과 롤라와 ‘엔젤들’이 보여주는 황홀한 퍼포먼스까지, 재미와 화려함을 모두 갖춘 쇼 뮤지컬의 정석 같은 작품이다. 세상의 편견 따위 18㎝ 힐로 가뿐히 눌러버리는 통쾌함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모두에게 보내는 따뜻한 응원도 담겼다.

막이 오르면 영국 노샘프턴의 오래된 구두 공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공장의 ‘어린 도련님’ 찰리는 4대째 이어온 가업을 물려받아야 하지만, 찰리에겐 구두 만드는 일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된 찰리는 연인과 함께 런던으로 떠나고,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듣게 된다. 졸지에 피하고 싶었던 가업을 물려받게 된 찰리에게 또 다른 숙제가 놓인다. 오랫 동안 고급 남성 수제화를 만들어온 공장이 경영 악화로 폐업 위기에 놓인 것이다. 찰리는 우연히 런던의 한 술집에서 만난 롤라에게서 영감을 얻고 망해가는 공장을 구할 틈새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한다. 바로 남성들을 위한 아름답고 아찔한 하이힐, 허벅지까지 오는 80㎝ 길이의 ‘킹키 부츠’를 만드는 것이다.

1980년대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들이 줄줄이 도산할 때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공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뮤지컬은 CJ ENM이 글로벌 공동프로듀서로 참여해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토니어워즈 6관왕, 올리비에어워즈 3관왕을 휩쓸었고 한국에는 2014년 12월 상륙했다.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드래그퀸 ‘롤라’를 연기하는 배우 최재림. CJ ENM 제공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드래그퀸 ‘롤라’를 연기하는 배우 최재림. CJ ENM 제공

성향이 판이하게 다른 롤라와 찰리가 공장 직원들과 의기투합해 구두를 만들어가는 과정엔 세상사가 그렇듯 갈등도 오해, 화해도 있다. 공연은 이들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기까지의 과정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풀어낸다.

롤라와 전원 남성 배우들이 연기한 ‘엔젤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쇼가 뮤지컬의 백미다. 공연의 분위기를 180도 반전시킨 롤라와 엔젤들의 첫 쇼 장면, 공장의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공장 직원들과 드래그퀸들이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개막일 무대에 선 배우 최재림은 아름답고 매혹적인 롤라 그 자체였다. 188㎝ 장신에 아찔한 높이의 하이힐 위에 올라선 그는 등장부터 폭발적인 성량과 재치 있고 능청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최재림과 강홍석, 서경수가 롤라를 번갈아 연기한다. 어설프지만 마음 따뜻한 초보 사장 찰리는 이석훈, 김성규, 신재범이 맡았다. 공연 말미 배우들이 들려주는 행복을 위한 6단계 법칙이 꽤 울림 있다. 마지막 법칙은 ‘마음을 바꾸면 세상도 바뀐다’는 것.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10월23일까지 공연한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장면. CJ ENM 제공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장면.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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