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빌보드의 ‘마지막 벽’ 넘었다

2020.09.01 20:50 입력 2020.09.01 21:03 수정

방탄소년단, 빌보드의 ‘마지막 벽’ 넘었다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
영어 곡에 영미권 문화 차용
지금 가장 뜨거운 노래 등극
앞서 앨범 차트도 1위 4차례
아시아 가수 최초의 대기록

BTS “전 세계 아미 고마워”
문 대통령도 축하 메시지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오르지 못했던 단 하나의 산을 기어코 넘어섰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빌보드는 지난달 21일 발매한 방탄소년단의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빌보드 핫 100 최신 차트(9월 1주차)에서 1위에 올랐다고 31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아시아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빌보드 200’)와 싱글 차트에서 모두 1위를 거머쥐는 대기록을 썼다.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아미 여러분 정말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K팝의 자부심을 드높이는 쾌거”라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가수 싸이도 축하 행렬에 동참했다.

■ ‘핫 100 정상’의 의미

방탄소년단은 이번 1위를 통해 한국 대중음악사에 기념비적 성취를 남김과 동시에 ‘월드 스타’로 성장해온 경력에 정점을 찍었다. ‘빌보드 핫 100’은 앞서 2012년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7주 연속 2위에 머무르면서도 끝내 오르지 못한 ‘마지막 고지’였다.

앞서 네 차례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던 방탄소년단에도 핫 100 1위는 처음이다. 이들은 2018년 핫 100 10위를 기록한 ‘페이크 러브’(FAKE LOVE)로 10위권에 첫 진입했고, 지난해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로 8위, 2월 ‘온’(ON)으로 4위를 기록하며 차근차근 순위를 높여갔다.

앨범 판매량을 척도로 삼는 빌보드 200이 팬덤의 규모를 보여준다면, 인터넷 음원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횟수·미국 내 라디오 방송 횟수·유튜브 조회수 등이 합산돼 순위가 매겨지는 핫 100은 미국 대중이 현재 가장 뜨겁게 소비하는 ‘히트곡’을 보여준다. 빌보드는 이날 ‘다이너마이트’가 발매 첫 주 미국에서 3390만회 스트리밍되고 30만건의 디지털 및 실물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늘 약점으로 꼽히던 라디오 방송 횟수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빌보드에 따르면 ‘다이너마이트’는 지난달 30일까지 1160만명의 라디오 청취자에게 노출됐고, 라디오 방송 횟수를 집계하는 ‘팝송 라디오 차트’에서는 방탄소년단 역대 최고 순위인 20위에 올랐다.

‘다이너마이트’의 기록적 흥행은 방탄소년단이 세계 시장에 소구하는 히트곡을 내는 세계적 아티스트 반열에 올랐음을 다시 보여줬다. ‘다이너마이트’를 포함해 발매 첫 주차에 핫 100 1위로 진입한 ‘핫 샷’ 곡은 빌보드 역사상 43곡에 불과하다. 마이클 잭슨, 엘턴 존, 레이디 가가, 아델 등 세계적 가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포브스의 대중음악 전문기자 브라이언 롤리는 트위터에 “‘다이너마이트’의 성공은 비서구권 아티스트를 바라보는 서구권 대중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며 “팝 슈퍼스타로서 최후의 한계를 넘어선 것을 축하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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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다이너마이트’였나

코로나19 시대 전 세계 팬들에게 ‘희망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 예정에 없이 발표된 ‘다이너마이트’는 이전보다 한층 대중 친화적인 전략이 시도됐다. 특히 영미권 대중에게 친숙한 영어 곡이라는 점이 주효했다.

방탄소년단의 첫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는 영미 팝계에서 최근 유행 중인 복고풍의 디스코 팝 장르 곡이다. 미국 보이밴드 조나스 브러더스의 곡을 만든 뮤지션 데이비드 스튜어트와 제시카 아곰바르가 작사·작곡했다. 진중한 서사·한국어 가사 중심이던 전작들보다는 영미권 대중들이 보다 친숙하게 여길 만한 요소가 많은 곡이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1970~1980년대풍의 디스코 장르 곡이 연달아 흥행하고 있는 팝계 최신 경향에 맞춘 영어 가사 곡이라는 점이 주효했다. 이 곡을 통해 그간 쌓아온 ‘히트 잠재력’이 완벽하게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팝계 전통과 경향을 따르되, 약물·섹스 등을 내세운 선정적 가사의 유행에선 벗어나며 ‘방탄소년단’다움을 보여줬다는 점 역시 ‘다이너마이트’의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가사 곳곳에서 ‘킹콩’, 록 밴드 ‘롤링 스톤(스)’, 농구 선수 ‘르브론’ 등 영미권에서 익숙한 문화적 소재를 차용하면서도 K팝 그룹에 기대되는 ‘건전함’을 잃지 않았다.

한편 이번 1위는 비영어권 음악에 대한 미국 주류 미디어의 여전한 장벽을 체감케 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방탄소년단의 전작들도 수준이 높았지만 한국어 가사여서 라디오 방송 횟수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영어가 아닌 음악에 거부감을 보이는 미국 주류 미디어의 현실을 영어 곡인 ‘다이너마이트’의 흥행이 역설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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