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돈 선거 떳떳지 못해”

2011.06.01 21:29 입력 2011.06.01 23:36 수정
한윤정 기자

길자연·이광선 목사, 회장직과 개혁안 서로 주고받기

대표회장 금권선거 논란과 교회권력 문제 등으로 인해 개혁과 해체 압력을 받아온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봉합에 나섰다.

‘한기총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올해 대표회장 당선자 길자연 목사와 직전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는 1일 “특별총회에서 대표회장 인준과 개혁안을 동시에 상정해 사태를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두 목사는 서울 연지동 기독교연합회관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서를 통해 △이광선 목사가 제안한 개혁안 수용 △특별총회 개최 시 대표회장 인준과 개혁안(정관, 운영세칙, 선거관리규정) 동시 상정 △특별총회의 민주·평화적 진행을 위해 절차를 직무대행에게 일임하는 등 사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양측은 이러한 세 가지 사항이 원만히 진행되면 한기총과 관련한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하고, 관련자들의 소송 취하를 권고하며 한기총을 하루속히 정상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합의는 대표회장 선출 뒤 금권선거 논란과 함께 인준을 위한 총회의 절차상 하자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인 길 목사는 ‘대표회장 인준’을, 금권선거를 폭로하며 문제를 제기해온 이 목사 측은 자신들이 주장해온 정관·운영세칙 등의 ‘개혁안’을 서로 주고받은 것이다.

법적 소송까지 벌이며 첨예하게 대립해온 양측이 이 같은 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이번 사태로 한기총은 물론 한국교회의 권위가 추락한데다 한기총 해체 운동이 확산되는 등 한기총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신교 보수를 대변하는 대표적 교회연합기관인 한기총은 지난해 말 길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선출했지만, 회장 선거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심각한 내홍을 빚었다. ‘한기총 개혁을 위한 범대책위원회’ 소속 목사 16명은 지난 3월 말 길 목사를 상대로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일부 받아들여 길 목사의 대표회장 직무를 정지하고 김용호 변호사를 직무대행으로 선임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러한 내홍의 와중에 길 목사가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무릎기도를 유도한 것을 계기로 ‘교회권력’의 문제가 대두, 한기총 개혁 논란이 증폭됐다. 구호단체 월드비전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한기총을 탈퇴하는 등 소속 교단과 단체들 사이에서 한기총 탈퇴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최근에는 총신대 학생들이 한기총 해체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길 목사와 이 목사의 전격적인 합의안 발표로 한기총 사태가 일단 봉합 국면에 들어갔지만, 한기총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 목사는 합의안에 담긴 구체적인 개혁 방안 등에 대해서는 원로들과의 대화를 거친 뒤 오는 8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용호 변호사는 법원이 허가할 경우, 대표회장 당선자에 대한 인준 여부를 결정할 총회를 오는 30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합의안대로 사태가 해결될 경우, 교회권력의 문제와 한기총 개혁의 핵심으로 지목돼온 길 목사가 결국 대표회장에 취임하는 것이어서 논란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날 두 목사가 “우리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 있어서 금권선거로 하나님과 한국교회 앞에서 떳떳하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금권선거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 한기총 해체 운동을 확산시키는 계기로 작동할 수도 있다.

한기총 해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는 이들의 합의 내용에 대해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한기총 해체 운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는 조만간 한기총 해체를 촉구하는 ‘100인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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