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대중문화

올해의 인물 10인

2012.12.11 20:50
박경은·백은하·박은경·하경헌 기자

2012년. 시민들은 어떻게 감동하고 기뻐하고 절망했나. 대중의 이성과 감성을 자극하며 세상을 움직이고 달궈온 인물과 흐름을 통해 올해 대중문화계를 되돌아봤다.

① 김기덕 - “레드카펫? 구겨진 신발이면 충분하지”

김기덕 감독(52)이 영화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 ‘황금사자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처음으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으며 한국영화사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신발을 아무렇게나 구겨 신고 레드카펫에 서고, 시상대에서 ‘아리랑’을 불렀다. 하고 싶은 말은 다했다. 그는 대형배급사에 “1000만 기록 세우려 상영관 안 나가는 ‘도둑들’ ”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희귀한 존재이기도 하다. 다른 영화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며 스스로 <피에타> 상영을 중단하는 배짱도 있다.

[2012 대중문화]올해의 인물 10인

김 감독의 배짱은 연말 시상식에서도 이어졌다. 제2회 아름다운예술인상 시상식에서는 “한 해 100여편의 영화들이 만들어지는데 그중 10%도 개봉하지 못한다”며 “현재 한국영화계는 입구는 있지만 출구가 없다”고, 제3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는 “돈이 중심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인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② 정지영 - “정신은 늙지 않는다” 영원한 청년감독

정지영 감독(66)은 <까> 이후 13년간 작품 활동이 없었다.

그런 그가 올 1월 <부러진 화살>을 내놓으며 오랜 침묵을 깼다. 344만명의 관객을 모으면서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도 흥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자본에 기대지 않고 연출의 힘으로 우뚝 설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그치지 않는 열정으로 지난달에는 고 김근태 의원의 고문 수기를 바탕으로 한 <남영동 1985>를 내놓았다. 1년에 상업영화를 두 편이나 개봉하며 20~30대 감독도 하기 힘든 일을 해낸 셈이다.

그는 <남영동 1985>에서 사실적인 고문 묘사와 직설화법으로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대선에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대놓고 말하는 노장 감독의 저력은 할리우드 부럽지 않다.

③ 수지 - 대한민국 남심이여…“첫사랑앓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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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그를 그룹 미쓰에이의 멤버보다 배우로 더 각인시킨 해였다. 영화와 드라마, 두 편의 작품을 통해 남성들의 ‘첫사랑 판타지’를 충족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3월 개봉한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에서 배수지(18)는 청순하면서도 발랄한 어린 서연 역을 맡아 1990년대 대학생활을 한 남자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영화는 한국 멜로영화 사상 처음으로 350만명의 관객을 넘어섰고 덕분에 배수지는 가수, 탤런트에 이어 영화배우로도 신인상을 타는 기록을 남겼다. 후속작 KBS2 드라마 <빅>은 흥행은 부진했지만 좌충우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장마리 역을 무난히 소화해 향후 맹활약을 예고했다. 미쓰에이의 멤버로도 ‘터치’ ‘남자 없이 잘 살아’ 등 히트곡을 남긴 배수지는 2012년 가장 활발히 활동한 10대 스타였다. 올해에만 15개에 가까운 광고를 찍는 등 광고시장에서도 배수지가 몰고온 ‘첫사랑 신드롬’의 여파는 대단했다.

④ 김수현 - 대한민국 여심이여…“미혹되었구나”

조선시대 가상의 왕 이훤의 이 한마디에 속절없이 무너져내리며 밤잠 못 이룬 여심이 어디 한둘이랴. 사극 사상 가장 섹시한 왕으로 기록될 만한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이훤, 아니 김수현(24). 영락없는 ‘남자’의 위엄과 카리스마, 복합다면적인 내면을 가진 캐릭터 이훤은 배우 김수현을 통해 형상화됐다. “미혹되었다. 하나 떨칠 수가 없구나”하고 극중에서 읊조리던 그의 대사는 화면 속의 그에게 미혹된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한 말이기도 했다.

아직도 앳된 티를 지워내지 못한 그는 올해 대중문화계를 달군 최고의 이슈 메이커 중 하나이자 매력남이었다. 영화, 드라마, CF 모두 그에 대한 러브콜이 쏟아지며 신문·방송과 포털사이트에는 그에 관한 뉴스들이 넘쳐났고 1980년대 초반 록밴드로 활약했던 그의 아버지까지 세상의 호기심에 시달려야 했다. 2012년을 품고 떠오른 그에게 내년은 또 어떤 해가 솟아오를까.

⑤ 손현주 - 세상의 아빠들을 울린 대사 “난 아버지니까”

“난 수정이… 아버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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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추적자>에서 배우 손현주(47)가 시청자들을 향해 쏜 총알은 강렬하게 명중했다. 법이 눈감고 권력이 묻어버린 어린 딸의 죽음을 밝혀내기 위해 포기를 모르고 달려가던 백홍석의 돌격은 ‘사적 복수’라는 위험요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불러냈다. 첫 회 10%로 시작한 시청률은 최종회에서 25.1%로 무섭게 폭주했다.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묵묵히 한길을 걸어온 21년차 배우 손현주는 오랫동안 아들 혹은 아버지, 남편 역할을 도맡아 해왔다. 손현주는 <추적자>에서도 소박한 행복을 바라던 평범한 가장이었다. 백홍석을 향한 공감과 울분은 평생 소시민의 대리인으로 살아온 배우 손현주를 만나면서 더욱 현실적이 되고 강력해질 수 있었다.

⑥ 신동엽 - 예능계 완전 평정 “막을 자 누구였느냐”

강호에 강호동이 사라지고 MBC <무한도전>의 결방이 이어진 올해 예능계는 신동엽(41)에게 그야말로 호기였다. KBS <야행성> <안녕하세요> <불후의 명곡>을 비롯해 SBS <강심장>의 중심으로 진입한 신동엽은 지난 몇 년간의 부진을 깨끗이 털어냈다. 그의 변태·엽기 캐릭터 역시 2012년을 만나 꽃을 피웠다. 특히 지난 6월 합류한 tvN <SNL코리아2>는 신동엽의 수위 높은 농담을 마음껏 펼쳐놓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멍석이었다. ‘신동엽 레전드’ ‘신동엽 섹드립’을 모아놓은 동영상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예의 바른 유재석과 동물적 육감을 가진 강호동, 이 양강 체제로 굴러가던 예능계가 신동엽의 부활로 트라이앵글을 형성했다.

⑦ 김준현 - “몸도 연기력도 뚱뚱해, 마음만은 홀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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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뤠~~?” “사람 불러야 돼, ~ 잘하는 사람으로다가.” “마음만은 홀쭉하다.” 2007년 데뷔한 김준현(32)은 올해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KBS2 간판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비상대책위원회’ ‘네가지’ ‘생활의 발견’ 등의 코너에서 활약했으며 KBS2 <인간의 조건>, tvN <롤러코스터2>, 투니버스 <고민타파 해결왕> 등 다른 채널로도 활동영역을 넓혔다.

180㎝의 키에 120㎏이 넘는 체중을 가진 거구지만 단지 몸으로만 웃기지 않고 탁월한 연기력으로 승부를 봤다는 점에서 이른바 ‘뚱뚱이 캐릭터’의 새 장을 열었다.

방송인 아버지를 둔 덕분에 프로그램 전체를 보는 넓은 시야를 가졌고, 아나운서를 준비했을 만큼 발성과 대사전달도 안정돼 있다.

⑧ 싸이 - 한국은 좁아 백악관까지 말춤 추러 가다

그의 말춤에 세계가 빠졌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최고의 ‘딴따라’는 전인미답의 길을 뚫으며 세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됐다. 그의 말마따나 덩어리진 몸, 투박하고 코믹한 표정으로 춘 ‘말춤’은 세계인을 열광시켰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휩쓰는 기록의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7월 발표한 ‘강남스타일’은 국내 시장을 석권했고, 유튜브에 오른 뮤직비디오는 그를 일약 ‘국제가수’ 반열에 올려놨다. 빌보드차트 7주 연속 2위, 세계 30개국 아이튠즈 음원차트 1위, 유튜브에서 역대 가장 많이 본 동영상 1위, UK차트 1위, 2012 MTV 유럽 뮤직 어워드 베스트 뮤직비디오상 수상 등 그가 만들어온 기록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어느 팝스타와 견주어도 다른 차원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세계 음악시장에서 변방에 불과했던 K팝은 그를 통해 기존 음악산업 패러다임을 흔들고 있다. 그의 새 음반은 내년 초 나올 예정이다.

⑨ 버스커버스커 - 기획가수에 질린 자여 우리에게 오라

지난해 늦가을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 생방송에서 ‘동경소녀’ ‘막걸리나’를 편곡해 부르며 신선한 청량감을 선사할 때만 해도 이들의 파괴력을 짐작하지 못했다. 올 3월 자작곡 11곡으로 구성된 데뷔 앨범이 나올 때도 이들의 성공을 예측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타이틀곡 ‘벚꽃엔딩’을 포함해 ‘봄바람’ ‘첫사랑’ ‘여수밤바다’ ‘이상형’ ‘꽃송이가’ 등 대부분의 곡들이 무서운 기세로 차트를 싹쓸이하며 상당 기간 인기를 얻었다.

뛰어난 외모, 탁월한 연주실력과 가창력, 대대적인 마케팅, 화려한 퍼포먼스. 이 중 어느 하나도 해당사항이 없다.

오히려 어눌하고 수수한 이들의 음악적 방식은 그전까지 공고하게 유지되던 아이돌 지배구조에 균열을 내며 가요계의 흐름을 바꿨다.

⑩김재철 - MBC의 추락이유, 그만 빼고 다 안다

‘국민의 MBC’가 ‘그분의 MB씨’로 변모하는 과정은 2010년 2월 김재철(58)이 사장에 임명된 이후 무섭게 가속도가 붙었다. 스스로 “MB와 부인할 수 없는 관계”라고 당당하게 밝혔던 김 사장은 정권에 거슬리는 모든 것들을 향해 무섭게 칼을 휘둘렀다. 올해 1월30일부터 시작된 MBC 파업은 170일간 지속되었지만 파업 복귀 후에도 <PD수첩> 작가 전원과 131명의 직원을 해고, 징계, 전출시키는 보복 인사가 이어졌다. 9시 뉴스는 시간대를 바꿔 승부했지만 부실한 취재력, 편파 보도로 웃음거리가 되었다. MBC로부터 엄청난 특혜를 받은 무용가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의혹은 김 사장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주었지만 그는 끄떡없었다. 방문진에서의 김재철 사장 해임안은 유보와 철회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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