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車 수집가들의 꿈 ‘페라리 250 GTO’

2011.11.11 11:30

‘페라리(Ferrari) 250 GTO’는 페라리 모델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힌다. 페라리의 창업자 엔초 안셀모 페라리(Enzo Anselmo Ferrari·1898~1988)가 만든 페라리 수퍼카 계보의 첫 번째 모델이기도 하다. 250 GTO는 1962년부터 3년 동안 GT(Grand Touring·그랜드 투어링)레이스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 모델명의 ‘250’은 각 실린더의 배기량을 말한다. 당시 페라리는 12기통 엔진을 썼으므로 총 배기량은 12를 곱한 3000cc급이 된다(정확히는 2953cc). ‘GTO’는 Grand Tourer(GT·이탈리아어로 Gran Turismo)와 ‘적합하다’는 오몰로가토(Omologato)의 약자로 장거리를 고속으로 주행하는 고성능 자동차이자 GT레이스 출전이 가능한 모델이라는 뜻도 담고 있다.

1962년 첫 공개…‘재규어 E-타입’ 경쟁 = 250 GTO는 1962년 1월 처음 공개됐다. 현재의 미드십 엔진 (midship engine·엔진이 뒷 좌석 부분에 위치하는 형태)이 대세인 현재의 스포츠카와는 달리 전통적인 프론트 엔진, 리어 휠 구동 모델이다. 경주 뿐만 아니라 도로 주행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250 GTO는 1961년 생산된 ‘250 GT SWB’(short wheelbase)의 보디와 1958년 르망 24시간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한 페라리 ‘250 테스타로사’(250 Testarossa)의 엔진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이 작업은 페라리의 기술자 지오또 비짜리니(Giotto Bizzarrini)의 책임하에 진행됐다.

페라리 250 GTO. 아름다운 라인과 뛰어난 주행 성능을 가진 페라리다.

페라리 250 GTO. 아름다운 라인과 뛰어난 주행 성능을 가진 페라리다.

제작과정의 세부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단지 ‘재규어 E-타입’의 경쟁작으로 제작되고 있다는 사실만 공개됐을 뿐이다. 1961년 생산된 재규어 E-타입은 낮은 차체에 부드러운 에어로 다이나믹 스타일을 보이면서도 세단의 안락함까지 갖춘 차로 1974년까지 총 7만2500대가 생산됐다. 265마력 3.8ℓ 직렬 6기통 엔진을 장착하고 최고속도 240㎞/h를 기록해 당시 가장 빠른 차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페라리 250 GTO의 엔진, 각 약250cc 배기량의 12개의 실린더가 달렸다.<br />출처 (cc) Tennen-Gas at Wikipedia.org

페라리 250 GTO의 엔진, 각 약250cc 배기량의 12개의 실린더가 달렸다.
출처 (cc) Tennen-Gas at Wikipedia.org

스카글리에티 등 제작…총 39대 생산 = 비짜리니가 엔초와의 대립으로 해고를 당한 뒤 새롭게 고용된 엔지니어 마우로 포르기에리(Mauro Forghieri)가 이어 받아 개발을 완료했다. 보디 디자인은 스카글리에티(Scaglietti·이탈리아의 차체 디자인 업체)가 맡았는데, 스카글리에티가 제작한 알루미늄 보디의 전체적인 형태는 1964년까지 지속됐다. 후반부 일부 모델들은 디자인업체 피닌파리나(Pininfarina)가 디자인하고 스카글리에티가 제작하기도 했다.

재규어 E-타입(Jaguar E-type). 250 GTO가 경쟁자로 생각한 명차다.<br />출처 Stahlkocher at wikipeda.org

재규어 E-타입(Jaguar E-type). 250 GTO가 경쟁자로 생각한 명차다.
출처 Stahlkocher at wikipeda.org

포르기에리와 스카글리에티는 풍동 및 트랙 테스트 등 세심한 노력 끝에 GTO의 보디를 제작하게 된다. 외관 디자인은 FR(후륜구동) 스포츠카의 전형적인 디자인인 본넷이 길고 트렁크가 짧은 ’롱 노즈 숏 데크’ (Long nose short deck) 방식이다. 얇고 작아진 전면 그릴 양쪽으로 네모난 헤드램프가 GTO만의 특징을 잘 나타냈다. GTO의 일부 모델 중에는 엔진후드 앞쪽에 3개의 개폐형 공기 흡입구를 가진 것도 있는데, 이는 냉각 효율을 높일 때는 흡입구를 열고 공기 저항을 줄이고 싶을 때는 흡입구를 닫을 수 있었다.

250 GTO는 1964년까지 총 39대만이 생산됐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의 GT 클래스 인증을 받기 위해 100대 이상 제작돼야 했으나 39대가 제작된 250 GTO가 어떻게 인증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점이 있다. 250 GT SWB의 개량모델이 인정됐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으나 전혀 다른 이야기들도 있다. 참고로 후기에 제작된 3대는 4리터 엔진을 달아 330 GTO라고 불리기도 한다.

페라리 250 GTO 외관 디자인. FR 스포츠카의 전형적인 디자인 ’롱 노즈 숏 데크(Long nose short deck) 형태다. 출처 (cc) Brian Snelson

페라리 250 GTO 외관 디자인. FR 스포츠카의 전형적인 디자인 ’롱 노즈 숏 데크(Long nose short deck) 형태다. 출처 (cc) Brian Snelson

1962~1964년 각종 레이스 독주 = 페라리를 언급하면서 각종 레이스 성적을 빼놓을 수 없다. 250 GTO에 앞선 1961년 르망 24시간 경주대회에서 첫 선을 보인 250 GT SWB는 그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며 관심을 끌었고 이후 애스턴 마틴(Aston Martin)이나 재규어(Jaguar), 포르쉐(Porsche)를 꺾는 등 파란을 일으켰다. 250 GT SWB에 이어 등장한 250 GTO는 출시 첫 해부터 두각을 보이기 시작해 3년간 레이스 대회를 휩쓸다시피 했다. 특히 당시 시속 254㎞를 찍으며 직선구간에서는 따라올 차가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페라리 250 GTO의 일반형과 후기형의 비교. 좌측이 일반형이고 우측이 피닌파리나 디자인의 후기형이다. <페라리 수입사 ㈜FMK 제공>

페라리 250 GTO의 일반형과 후기형의 비교. 좌측이 일반형이고 우측이 피닌파리나 디자인의 후기형이다. <페라리 수입사 ㈜FMK 제공>

데뷔 첫 해인 1962년에는 세브링 12시간 내구 레이스에서 250 테스타로사에 밀려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인터유로파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인 1963~1964년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ce) 우승, 1962~1964년 타르가 플로리오(Targa Florio)에서 3년간 GT 클래스 부문 우승, 1962~1963년 르망 24시에서 GT카테고리 우승 등의 성적을 거뒀다.

페라리 250 GTO. 1962~64년 기간 중 각종 GT카 레이스 휩쓸었다.<br />사진은 전설적인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멤버, 닉 메이슨(Nick Mason)의 페라리 250 GTO. 출처 (cc) Wikipedia at Parrot of Doom

페라리 250 GTO. 1962~64년 기간 중 각종 GT카 레이스 휩쓸었다.
사진은 전설적인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멤버, 닉 메이슨(Nick Mason)의 페라리 250 GTO. 출처 (cc) Wikipedia at Parrot of Doom

자동차 수집가의 꿈 ? 세계 자동차 경매가 기록 갱신 = 250 GTO의 가치는 지금에 와서 더욱 높아지고 있다. 250 GTO는 가장 아름다운 페라리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동차 수집가의 꿈으로 자리잡고 있다. 2008년 영국의 한 수집가는 경매로 나온 250 GTO(1963년 모델)를 1570만 파운드(당시 환율 300억원 이상)에 구매하여 당시 세계자동차 경매가 최고 기록을 갱신한 적이 있다. 또 2011년 초에는 한 조각가가 실제 250 GTO의 1/8 크기로 24k 순금을 입혀 제작(무게 100kg)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페라리 250 GTO 제원

엔진 형식 : 3.0ℓ V12 / 배기량 : 2953㏄ / 최고속도 : 254㎞/h
최대출력 : 300hp·7500rpm / 최대토크 : 29.9㎏·m·5500rpm / 전장 X 폭 : 4400㎜ X 1674㎜
생산년도 : 1962~1964년
총 생산대수 : 39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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