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 전기 주는 전기차…‘V2G 세상’이 열린다

2022.03.28 22:28 입력 2022.03.28 22:30 수정

전기차를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

국내외서 관련 기술 개발 박차

전기차 보급률·호환성 확대 관건

캠핑 장비에 전력을 보내고 있는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캠핑 장비에 전력을 보내고 있는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제작된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처럼 최근 국내 판매를 개시한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도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갖고 있다.

V2L은 추가 장비 없이 전기차에 탑재된 고전압 배터리의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쓸 수 있는 기술이다. GV70 전기차의 경우 실내에선 트렁크 안쪽에 있는 콘센트에, 차량 밖에선 그릴의 충전구에 전원을 꽂아 각종 전자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 다른 전기차를 충전할 수도 있다.

캠핑 등 여가생활에 초점을 맞춘 V2L보다 확장된 개념, 즉 V2G(Vehicle to Grid)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V2G는 전기차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해 건물 등에 전기를 공급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전기차가 ‘에너지 운반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차량에 남아 있는 전기를 전력회사에 되팔 수도 있다. V2L은 V2G 상용화를 위한 마중물인 셈이다.

미국의 완성차 업체 포드와 전력회사 PG&E는 지난 7일(현지시간) 국제 에너지포럼 ‘세라위크’에서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으로 가정용 전력을 공급하는 시험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PG&E는 제너럴모터스(GM)와도 손잡고 쉐보레 전기 픽업트럭 실버라도로 V2G를 실증한다.

또 다른 전력기업인 듀크에너지는 전기 스쿨버스를 전력원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 에너지단체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허리케인이나 산불로 광범위한 정전이 발생한 후 전기 스쿨버스가 대피소에 전력을 공급한다고 상상해보라”며 “전기차가 응급 구조대에 전력을 제공하고, 대피소 진입로에 있는 다른 전기차에서는 조명을 켜고 휴대전화를 충전해둘 수 있다”고 말했다. 듀크에너지는 “V2G는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고 더 많은 신재생에너지로 나아가는 한 가지 방법”이라며 “전력망은 더욱 지능화되고 분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차량이 학생을 운송하지 않을 때는 학교의 예비전력 장치로 활용할 수 있도록 V2G 기능이 탑재된 전기 스쿨버스를 출시했다. 지진이 많은 일본은 외부 전력 공급이 가능한 친환경차에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대모비스는 2017년 V2G 기술에서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하는 양방향 충전기를 개발해 차량 검증까지 마쳤다. 한국전력과 현대차가 실증 작업을 진행 중이고, 현대글로비스는 지난달 차량 공유업체 쏘카와 V2G 실증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기술은 보유했지만 아직은 전기차 보급률이 낮아 실제로 V2G를 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전력망·전기차와 연결되는 양방향 충전 인프라가 충분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차량과 충전기, 전력망에 표준화된 기술을 적용해 호환성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성능이 향상되고 배터리 구독 서비스 등 새로운 모델이 늘어나면 ESS로서 전기차의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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