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주지사들이 연이어 한국 찾은 이유…‘K-배터리’ 유치 경쟁?

2022.09.04 15:52 입력 2022.09.04 19:13 수정

에릭 홀콤 인디애나주 주지사가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22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디지털 혁신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릭 홀콤 인디애나주 주지사가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22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디지털 혁신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미국·캐나다) 주지사 등 정계 인사들이 연이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K-배터리’ 유치 경쟁이 주 목적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키면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미국 내에서 배터리나 전기차를 생산해야 한다. 한국의 배터리·전기차 업체가 북미 지역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우리 동네로 와달라”는 주지사들의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한국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중국과 양분하고 있는 ‘큰 손’이란 점도 주지사들의 발길이 한국으로 향한 배경 중 하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RA에 서명한 지난달 16일부터 4일까지 북미 지역 주지사 3명과 1명의 주 경제개발부 장관이 한국을 찾았다. 9월 내로 1명의 주지사와 1명의 주 경제개발부 장관이 추가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예정까지 포함하면 총 6명으로, IRA를 기점으로 한국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 지역 주지사들은 한국에서 ‘전기차 체인’ 업체들을 만나고 있다. 배터리 소재·배터리, 전기차 완성차로 이어지는 전기차 체인 업체들이 주 방문 대상이다. 이들 업체의 투자를 독려하겠다는 취지다.

북미 주지사들이 연이어 한국 찾은 이유…‘K-배터리’ 유치 경쟁?

핵심은 배터리 업체다. 지난 2일부터 이틀 간 한국을 방문한 더그 듀시 미국 애리조나 주지사는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을 방문했다. LG에너지솔루션에선 북미 사업 담당자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는 애리조나주에 공장 부지를 확보한 바 있다. 애리조나 주정부 차원에서 지원방안과 투자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에릭 홀콤 미국 인디애나 주지사도 지난달 25일 한국을 찾아 삼성 SDI 측을 만났다. 인디애나주 코코모시 합작공장을 건설하는 삼성SDI와 협력방안을 논의한 걸로 전해졌다. 빅 페델리 캐나다 온타리오주 경제개발부 장관은 9월 둘째주에 한국을 찾을 걸로 알려져 있다. 윈저 지역 투자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다국적 자동차 그룹인 스텔란티스와 45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 공장을 온타리오주에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이슨 케니 캐나다 앨버타 주지사도 지난달 27~31일 한국을 찾았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을 만나 앨버타주에 매장된 리튬 염호(ℓ당 무기염류량이 500㎎이상인 호수)의 가치를 설명했다. 리튬은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소재다. 포스코는 리튬 염호의 친환경 추출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케니 주지사는 현대차그룹도 만난 걸로 전해졌다. 팻 윌슨 미국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도 지난달 16일 현대차그룹 본사를 찾아 조지아주 공장 완공 시기를 당기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오는 13일부터 21일까지 한국을 방문한다. 정부 인사 및 한국 기업들과 만남을 가질 걸로 알려져 있다.

북미 지역 주지사 및 주 장관들이 한국의 전기차 관련 업체들을 찾는 이유는 한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 세계 5위(SNE리서치 기준)를 기록했고,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두고 투자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시장에선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전세계 배터리 생산의 25.8%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64.6%로 사실상 중국을 제외하곤 한국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중국과 전기차 전쟁을 벌이고 있는 북미로선 한국의 배터리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도 지난 7월19~20일 한국을 찾았을 때 LG화학 경영진을 만난 바 있다. 배터리 공급망 동맹 강화가 목적이었다는 관측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주지사들의 방한은 한국 배터리 시장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