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착공, 2025년 상반기 양산 돌입…연간 30만대 생산 규모
정의선 회장 “현대차 비전 실행 위한 최적의 장소·파트너 찾았다” 축사
완공 땐 미 공장 3곳 시너지 발판, 2030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 목표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첫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 설립을 위한 기공식을 갖고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자국 내에서 생산한 전기차 등에 국한해 보조금을 제공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정면대응한다는 의미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을 열었다고 26일 밝혔다. HMGMA는 1183만㎡(약 358만평) 부지에 55억달러(약 7조8000억원)를 들여 마련한다.

이 공장은 내년 상반기 공사를 시작해 2025년 상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한다.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를 연간 30만대 생산할 수 있다. 우선 현대차 ‘아이오닉 5’를 생산하기 시작하고 향후 시장 상황을 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다양한 차종의 생산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기공식에서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 최적의 파트너를 찾았다”며 “조지아와 현대차그룹은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세계가 선망하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시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공식에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 조태용 주미대사 등 한·미 정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 회장과 장재훈 사장,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 등이 참석했다. 정 회장은 연설 뒤 무대에서 내려와 사족보행 로봇 ‘스팟’이 건네준 샴페인 잔을 들고 “세계 최고 자동차 메이커 현대”라고 건배사를 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현대”를 3번 외쳐 답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구축한 현대차그룹은 미국 공장 건설로 해당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HMGMA 완공을 발판 삼아 2030년 세계 시장에서 총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12%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 시장에선 2030년 한 해에 전기차 84만대를 파는 것이 목표다. 조지아 공장은 현대차그룹의 사실상 첫 전기차 전용라인으로서 의미도 크다. 국내에 울산과 화성에 총 30만대의 전기차와 전기 목적기반모빌리티(PBV) 공장도 2025년 완공할 계획이어서 전기차만 연간 60만대를 생산하는 체계를 추가로 구축하게 된다.

HMGMA 완공을 통해 ‘규모의 경제’도 노리고 있다. HMGMA가 완공되면 미국 내 현대차그룹 생산 공장은 총 3곳이 된다. 현재는 현대차 앨라배마주 공장, 기아 조지아주 공장이 있다. 공장 3곳은 거리가 인접한 편이다. HMGMA 기준으로 같은 조지아주 내에 있는 기아 공장은 약 420㎞, 앨라배마주 현대차 공장은 약 510㎞ 떨어져 있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업체와 제휴해 HMGMA 인근에 배터리 셀 공장도 설립할 예정이다. 배터리 공급 접근성까지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HMGMA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IRA에 따른 일부 피해가 예상된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나 일정 비율 이상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만든 배터리를 넣은 전기차에만 보조금 성격의 세제혜택 약 1000만원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