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순환출자 규제’대안 부상

2006.08.01 18:31

공정위 ‘순환출자 규제’대안 부상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대안을 마련(경향신문 7월19일자 15면 보도) 중인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출총제를 폐지하되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기업의 순환출자 규제는 출총제보다 더욱 강한 규제조치여서 재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또 공정위의 순환출자 규제 방침은 추가규제 없이 무조건적인 출총제 폐지를 주장하는 열린우리당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당정간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1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현대경영학당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현재 상황에서는 대규모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의 왜곡을 초래하는 출자구조에 대한 개선 시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계열사간 순환출자로 연결돼 있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왜곡은 사후 규제만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권위원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출총제가 대기업의 순환출자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만큼 순환출자를 막기 위한 출총제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혀왔다.

공정위는 순환출자를 막기 위해 출총제라는 간접수단을 활용하기보다는 순환출자 자체를 직접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순환출자로 인한 지분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순환출자 규제는 출총제보다 강력한 규제조치이다. 재벌총수가 있는 자산 6조원 이상의 기업집단 18곳 가운데 삼성, 현대차, SK, 롯데 등 대기업 집단 11곳은 순환출자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경영권 유지를 순환출자에 의존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두산, 동부, SK, 삼성 등은 순환출자 규제가 시행되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의 경우 ‘삼성생명→삼성전자→에버랜드→삼성생명’ 등 그룹의 주력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출자고리에 포함돼 있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현행 출총제는 너무 예외가 많아 순환출자를 막는 데 실효성이 없었다”며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대기업 관계자는 “순환출자를 규제하느니 차라리 출총제를 존속시키는 게 낫다”며 “출총제를 폐지해도 투자에 적극 나서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순환출자 규제 방침은 여당과의 갈등을 빚을 전망이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추가적인 규제없이 출총제 폐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김의장은 또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도 “출총제를 폐지하더라도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더 강해져서는 안된다”고 밝힌 바 있다.

순환출자=대규모 기업집단 계열사들의 출자구조가 A→B→C→A로 고리모양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현재 자산 6조원 이상의 14개 재벌기업 총수들은 평균 6.36%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이 같은 순환출자 구조로 37.65%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박성휴기자 songhu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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