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정한 삭감’… 사회 약자층 예산안 줄줄이 깎여

2009.09.01 18:06 입력 2009.09.02 00:17 수정

긴급복지 예산 절반 엉뚱한 데 돌리고… 아동시설 지원비는 70% 이상 깎고…

사회 약자층을 위한 예산은 내년도 예산 요구안에서 줄줄이 깎였다. 정부가 내세운 ‘친서민 정책’이 예산 설계 단계부터 무색해지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내년에 1273억원을 요청한 긴급복지 예산 중 622억원이 의료안전망 구축에 투입된다. 경제위기 등으로 갑작스럽게 어려움에 처한 서민을 위해 쓰도록 한 긴급복지 예산의 절반이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것이다.

‘매정한 삭감’… 사회 약자층 예산안 줄줄이 깎여

아동시설 지원 예산은 올해 552억원에서 409억원 깎인 143억원이 책정됐다. 보육문제 탓에 서민들이 아이낳기를 꺼리는 실태를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늘 부족하다고 지적돼온 입양가정을 위한 입양수수료 지원비도 21억원에서 16억원으로 깎았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벼룩의 간 내먹기”라고 불평했다.

장애인 예산도 어김없이 깎였다. 장애인 생활시설 기능보강 예산은 83억원이 삭감돼 194억원에 그쳤고,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기능보강 예산도 50%(90억원) 넘게 뚝 잘려 75억원을 요구했다. 노숙자들을 위한 부랑인시설 기능보강 예산도 20억원(57.2%)이 삭감된 15억원이 책정됐다.

비정규직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되기도 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대책 추진단 운영’ 사업은 예산 3억원이 모두 삭감됐고, ‘비정규직근로자 장학금지원’ 예산 50억원도 내년 요구안에선 빠졌다. 정규직 전환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액공제도 올해로 종료됐다.

여성 고용 예산도 후퇴했다. ‘고용평등환경개선 지원’ 예산이 8000만원 줄었고, 지방노동행정 사업인 ‘고용평등업무지원’ 예산은 800만원 삭감됐다.

지역별 복지사업의 축소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북지역에선 저소득층 주거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동네마당’ 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시행 1년도 안돼 축소되거나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대전에서는 대덕연구개발특구 관련 요구액 697억원 중 350억원만 반영됐다. 예산이 반토막나자 지자체에선 ‘보통구’ 전락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울산시에서는 장애인복지 예산이 바닥 나 중증장애인들이 활동보조금 지원중단에 항의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제주도는 올해 제주시 5000만원, 서귀포시 1800만원 등 6800만원을 저소득층에게 지원했다. 경제난 등으로 저소득층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예산이 충당되지 않아 지원 규모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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