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안·하역 ‘올스톱’…부산항 ‘쇼크’

2016.09.01 21:20 입력 2016.09.01 23:30 수정

한진해운 사태 후폭풍

고박업체 “대금 체불” 작업 거부

수송업체엔 “물건 뺀다” 전화 폭주

<b>발 묶인 컨테이너</b>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선박 가압류와 입항 거부 등의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1일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한진해운이 운영하는 부두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발 묶인 컨테이너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선박 가압류와 입항 거부 등의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1일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한진해운이 운영하는 부두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1일 부산신항 제3부두. (주)한진의 자회사인 한진해운신항만(주)이 운영하는 선석 3개짜리 부두이다. 중국선사인 코스코와 대만선사인 양미의 컨테이너선이 접안해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1개 선석은 비어 있었다.

전날 부산신항으로 들어온 한진저머니호(11만4000t급)의 하역작업이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컨테이너 고박업체들이 대금 체불을 이유로 작업을 거부하면서 모든 게 중단됐다. 한진저머니호는 부두에 접안하지 못하고 외항에 정박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8시에 입항한 한진톈진호(7만4900t급)와 이날 오후 6시 입항예정이던 한진마르호(5만t)도 접안을 하지 못했다.

한진해운의 컨테이너를 고박하는 업체는 3곳. 3개 업체에서 받지 못한 대금은 석 달치 15억여원이었다. 업체 사장들은 이날 부산 중앙동의 협회사무실에서 한진해운을 성토하고 있었다. 고박업체 재성의 백부선 사장은 “석 달치 밀린 대금이 7억7000만원으로 그동안 40~50일씩 지나서 받았다”며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신청 이후 고박업체의 요구에 아무런 대응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부산항만공사가 향후 고박대금에 대해 지불보증을 하겠다며 작업을 권유했으나 사장들은 “한진해운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작업을 거부했다.

하역작업이 이뤄지지 않자 포워딩(화물수송대행) 업체와 화주들은 비상이 걸렸다. 수출화물은 다른 배를 찾느라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포워딩 업체마다 “물건을 빼겠다”는 전화가 폭주했다.

한진해운을 통해 한 차례 수백개의 컨테이너화물을 취급하는 해륙해운항공 김광식 상무는 “언제쯤 물건을 찾을 수 있느냐는 화주(수입업자)들의 문의 전화로 하루 종일 다른 업무를 보지 못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부산신항의 터미널운영사들이 한진해운에서 받지 못한 하역료와 보관료가 최소 수천만원에서 최대 2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항일정을 맞춰야 하는 수출화주들은 앞다퉈 대체선박을 구해 컨테이너를 빼내고 있다. 한 부두운영사 관계자는 “한진해운사태로 물류업계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며 “수천억원 때문에 매출 10조원의 회사를 죽여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후폭풍’이 현실화되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산업은행과 현대상선 측과 만나 수습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이 단독으로 운항하던 미주 1개(4척), 유럽 1개(9척) 항로를 신설해 화물을 대신 싣기로 했다. 화주들의 운임 부담을 고려해 컨테이너를 충분히 확보하고 운임 역시 적정 수준으로 유지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자산을 인수할 수 있도록 신규 자금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이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자산으로는 ‘알짜’ 선박과 핵심 인력, 미국 캘리포니아의 롱비치터미널 지분 등이 거론된다. 빌린 배는 외국 선주들과 협상해 용선 계약을 승계하는 방식으로 떠안을 수도 있다. 문제는 녹록지 않은 현대상선의 자금 상황이다. 이에 산은이 유상증자 등의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오는 20일 임시 주총에서 새 대표가 선임되는 대로 자산 인수 방안을 포함한 중장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새 수장의 최종후보자는 추석 전 선정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김윤기 전 STX팬오션 부사장과 송요익 전 현대상선 전무, 유창근 인천항만공사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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