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감면으로 경제 성장? 서민에겐 ‘세금 지옥’ 될 수도

2017.05.01 18:24 입력 2017.05.01 20:46 수정

법인세 감면으로 경제 성장? 서민에겐 ‘세금 지옥’ 될 수도

일본 도쿄에 5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임대업을 하는 일본인 ㄱ씨(65)는 2015년 스스로 회사를 차리고 사장이 됐다. 사업적 목표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일본 정부가 법인세를 감면하기 시작하자 절세를 위해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ㄱ씨의 연봉은 임대소득 등을 합쳐 한화로 6억3000만원가량이었고, 세금은 소득세로 계산하면 7600만원이었지만 법인세로 하면 다른 세금을 합해도 3300여만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법인세 감면에 따른 절세 효과가 커 일본에서 사장님이 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합동회사의 수가 2010년 7000개에서 2016년에는 약 2만4000개로 늘었다.

사장님의 증가는 2014년 아베 신조 정부의 법인세 감면으로 일본 사회에 생긴 변화들 중 하나다. 법인세 감면 뒤 일본에서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경제가 일부 성장했지만, 실질임금 감소와 소비 부진 등의 현상도 나타났다. 이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법인세 감면 조치 발표 후 다시 촉발된 국내의 법인세 논쟁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1일 도요게이자이 등 일본 현지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법인세 감면 뒤 일본 경제는 주가 상승과 수익성 개선 등 기업들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소비세 인상 후폭풍으로 2014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0.4%였으며, 2015년에는 1.3%에 머물렀다.

특히 법인세 대신 소비세를 올린 것은 서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소비세 인상 뒤 2014년부터 일본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3% 가까이 떨어졌고, 이듬해에도 0.9% 줄었다. 지난해에는 0.7% 올랐지만 감소분에는 미치지 못했다.

소비세 증가는 서민들의 소비 부진으로도 이어졌으며,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의 조세 정책을 비판하는 <세금지옥>이란 르포물을 출판하기도 했다.

일본의 사례는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법인세 논란에도 적지 않은 교훈을 주고 있다. 최근 미국의 세제개편 발표를 전후해 국내에서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법인세를 감면하는 국제적인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15%로 대폭 인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법인세 감면은 서민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감세정책의 불행한 귀결은 양극화의 심화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는 미국 국민들을 실험쥐로 삼아 법인세율의 인하가 투자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지 실험해 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에서는 법인세율을 올리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한다면 향후 새 정부에서 추진할 수 있는 ‘중복지’ 정책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아베 정부도 사회보장 강화를 내세운 아베노믹스 2단계를 추진했지만 소비세의 추가 증세가 부담돼 세수 확보를 못하고 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한국에서 향후 중복지 정책으로 생길 수 있는 재정부담을 고려하면, 법인세율 유지도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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