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풍선효과에 대비해야

2018.08.26 20:44
김형주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형주의 세계경제 돋보기]미·중 무역전쟁의 풍선효과에 대비해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7월 마지막 날,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3차 제재의 추가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이에 대해 중국 정부가 3일 만에 600억달러 규모의 대미 보복 조치를 발표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국가들 간의 협상에서 상대방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붙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적당히 체면을 살려주고 명분을 만들어주면서 자연스레 양보를 이끌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최근 미·중 간 무역 갈등에서 미국이 보여주는 협상 방식은 상당히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의 양보나 타협도 불가하다는 듯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강조했듯이 목표를 크게 잡고, 최대한의 카드를 확보한 후, 이를 지렛대로 이용해 중국으로부터 완전한 항복 선언을 받아내려고 작심한 듯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대로 협상이 마무리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미·중 양국 경제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겠지만,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예상 못했던 풍선효과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로 미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얻는 긍정적 반사 효과와 중국의 중간재 수입 위축에 따른 대중 수출 감소 효과, 그리고 각 상황에 따른 2차, 3차 영향들이 함께 뒤섞여 있는 만큼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 의도대로 무역수지 불균형이 1000억~2000억달러 이상 개선된다면 그 영향은 단지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나 미국의 대중 수출 확대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두 나라와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로 연결된 다수의 주변국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양국과 교역이 없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미·중 무역전쟁이 초래할 세계경기 위축 효과에는 똑같이 노출된다는 점 역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현재 양국 경제는 서로의 약점을 하나씩 쥐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다면, 중국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공급자다. 유엔 세계무역통계를 이용해 계산한 결과, 2017년 기준으로 미국 수입시장에서 중국 상품이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해 수입 대체가 쉽지 않은 품목의 비중이 무려 54.9%에 달한다.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완전히 중단된다면 미국 수입시장 과반에서 공급 차질이 빚어진다는 의미다. 바꿔 말하면, 이 제품들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가 아무리 높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새로운 공급처를 개발해 충분한 생산이 이뤄질 때까지 대중 수입이 줄어들기 어렵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는 뜻이다. 11월 선거를 앞둔 공화당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1~2차 대중 제재 대상 리스트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 품목 비중은 3.5%에 불과하다. 따라서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 중인 국내외 업체들 입장에서는 이번 제재가 긍정적인 풍선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3차 제재가 시행되면 이 비중은 15.5%로 껑충 뛴다. 그럴 경우, 중국 이외 지역에서 중국 대체 생산지를 찾기 위한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 주요 제품 수입시장의 국가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단기적 수입 대체 효과는 멕시코가 가장 크게 누릴 것으로 보인다. 제재 대상 품목들 중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품목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와 한국, 일본, 독일 등도 어느 정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입선 대신 생산지 대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멕시코와 캐나다가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문제로 미국과 대립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주력 제품의 특성에 따라 베트남에 주목하거나 아예 미국 시장 직접 진출을 검토하는 것도 대안으로 꼽힌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