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반토막났는데···‘사적모임 제한’ 손실보상, 클럽은 되고 식당은 안 된다?

2021.07.28 15:07 입력 2021.07.28 15:24 수정

사적모임 금지로 매출감소는 ‘간접 피해’
식당·카페 등 손실 보상금 못 받을 수도
전문가들 “정부, 지원 지나치게 소극적”

27일부터 사회적거리주기 4단계가 시행되는 대전광역시 서구 한 카페에 여업시간 변경 및 인원제한 안내문을 게시하고  있다.| 대전=김기남 기자

27일부터 사회적거리주기 4단계가 시행되는 대전광역시 서구 한 카페에 여업시간 변경 및 인원제한 안내문을 게시하고 있다.| 대전=김기남 기자

서울 관악구에서 돼지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4단계 거리두기 방침이 연장된다는 소식에 숨이 턱 막혔다.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모임이 금지되면서 저녁시간대 회식이나 가족 단위 예약은 끊긴 상태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류 판매도 급감하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들여오던 주류량은 3분의 1로 줄일 수 밖에 없었다. A씨는 “골든 타임에 단체 손님을 못 받으면서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절벽 앞까지 떠밀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3인 이상 사적모임을 금지한 4단계 거리두기 방침으로 식당·카페 등 소상공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이 정부의 손실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직접적인 운영 제한이 아닌 사적모임 허용 기준으로 발생한 영업장의 간접적 피해는 보상 대상이 아니란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손실보상법)은 정부의 방역 행정명령에 따라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손실보상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보상한다는 게 골자다. 시행일자는 오는 10월 8일이지만 보상액은 법안이 공포된 이달 7일 이후 정부 방역 조치로 발생한 손실분부터 산정해서 지급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8일 손실보상금 지급 기준 및 방식 등을 준비하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민관 TF’를 출범해 첫 회의를 가졌다.

법안 취지대로면, 이달 12일 시작한 4단계 거리두기 조치는 손실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첫 방역 조치가 된다. 이에 따라 영업 자체가 중단된 클럽과 나이트 등 수도권 유흥시설은 보상을 받는다. 반면, 식당·카페는 ‘18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 라는 사적 모임 제한의 여파로 매출 감소가 큰데도 정부가 강제로 문을 닫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상 대상이 아닐 수 있다. 손실보상법 12조가 보상 대상을 ‘영업장소 사용 및 운영시간 제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정안은 집합금지 등 직접적 행정조치로 인한 피해를 적시했다. 사적모임 금지로 발생한 매출 감소는 간접적 피해이기 때문에 적용 대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4단계 거리두기 조치에서 밤 10시가 되기 전까지 식당·카페·노래방 등은 행정상으론 테이블과 좌석을 한 칸 띄우기하는 것 외 별도 운영 제한이 없었다.

이에 따라 식당과 카페는 개별 손실에 따른 피해를 별도로 보상받지 못하고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5차 재난지원금)’을 받는 데 그칠 수 있다. 희망회복자금은 방역수준·방역기간·매출 규모·업종에 따라 일괄적으로 지원금 액수가 책정되기 때문에 손실 자체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은 “희망회복자금은 이번 달부터 강화된 거리두기 조치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이미 누적된 피해에 대한 지원이고 지원 액수도 일괄적으로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충분하지 않다”며 “손실보상법 시행령을 만들 때 사적모임 조치로 발생한 간접 피해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제지원도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소상공인을 위한 생계형 창업 세제지원(5년 동안 소득세 50%, 법인세 100% 감면) 대상을 확대한 바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부 지원금 자체가 적게 책정된 상황에서 세제 혜택만으로는 이미 방역 조치로 피해가 큰 소상공인들이 올 여름을 견뎌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대로 보상하기 위한 매출규모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손실보상법은 2019년 매출을 기준으로 방역 조치 기간 중 발생한 사업소득 감소분을 지원하기 때문에 7월 이후 소상공인의 매출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관건이다. 현재로선 신용카드 매출 자료로 7월 이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데 현금 거래 내역은 누락돼 정확한 규모로 보기 어렵다.

정부는 지난 26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 현행 반기로 제출하던 상용 근로소득 간이지급명세서와 연 1회 제출하던 프리랜서의 기타소득 신고를 월별로 제출하는 것으로 바꾸면서도 자영업자의 매출 제출 주기는 건드리지 않았다. 이에 손실보상법이 10월 제대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세법개정안에서 누락된 자영업자의 매출 주기를 단축하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실장은 “코로나19 이후 영국은 소상공인들에게 손실 보상을 하기 위해 매출 신고를 월 단위로 전환했다”며 “한국도 자영업자 매출 신고를 적어도 분기별로 단축해야 정확한 소득 파악을 기반으로 보상액 책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