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4월 최고 수출실적에 가려진 3가지 위기

2022.05.01 14:41 입력 2022.05.01 21:14 수정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와 석유화학 품목 수출이 큰 폭으로 늘며 지난달 수출액이 역대 4월 기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는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 봉쇄,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점차 수출 상승폭이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이들 요인이 수출을 넘어 한국 경제의 발목까지 잡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 증가한 576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이는 역대 4월 기준 최고 실적이다. 산업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대외 불확실성에도 2021년 3월 이후, 1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수출 증가세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품목별·지역별로 세세하게 살펴보면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는 평가가 있다.

■무역수지 적자 고착?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이 무역수지 적자 구조를 고착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 냉난방 수요가 줄어드는 시기인데도 원유·가스·석탄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 동월(77억2000만달러) 대비 70억9000만달러 증가한 148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유가는 63.4%,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516.0%, 석탄 가격은 322.6% 상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는 무력 충돌로, 북미·아르헨티나는 가뭄으로 밀,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며 농산물 수입액도 큰 폭으로 늘었다. 수입(603억5000달러)이 수출을 웃돌면서 무역수지 적자는 26억6000만달러 발생했다. 올해 들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경우는 2월(8억9000만달러)이 유일하다.

수출 상황도 녹록지 않다.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들의 수출 성장세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착시효과 영향이 크다. 주요 수출품목 중 역대 4월 최고 수출 기록을 경신한 품목은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석유제품, 컴퓨터, 바이오헬스 등 6개였다. 이 중 절반인 석유제품, 철강제품, 석유화학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품 단가가 올랐다. 이 품목들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위와 3위, 6위인 점을 고려하면 최근 수출 증가세는 경쟁력보다 고유가에 따른 반사효과가 크다.

역대 4월 최고 수출실적에 가려진 3가지 위기

■중국 ‘도시 봉쇄’…18개월 만에 수출 감소

한국이 가장 많이 수출하는 중국이 최근 주요도시를 봉쇄한 점도 부정적이다. ‘경제수도’ 상하이의 전면 봉쇄로 생산시설 가동이 멈춰서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지난달 중국으로 수출은 3.4% 줄었다. 중국 수출이 줄어든 것은 18개월 만이다. 물류난과 현지공장 가동 중단 등의 여파로 일반기계(-24.4%), 철강(-15.6%) 등에서 수출이 감소했다.

봉쇄조치 영향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중국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4로 전월(49.5)보다 2.1포인트 하락하는 등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이는 ‘우한 사태’ 여파로 사상 최저를 기록한 2020년 2월(35.7) 이후 2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봉쇄조치가 장기간 이어지면 피해 업종도 늘어날 전망이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장품과 무선통신기기는 중국 경기 둔화의 역풍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는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길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우크라이나로 수출은 거의 중단됐으며 러시아 수출도 전년대비 70% 넘게 줄었다. 주력품목인 자동차와 철강 부품 수출은 각각 97.3%, 89.2% 감소했다. 전쟁이 세계성장률을 끌어내릴 경우, 수요 감소로 수출 하락세도 불가피하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전쟁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4.4%에서 3.6%로 낮춘 상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활동 위축과 더불어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로 수출은 점차 줄어드는 데 비해 소비 회복세로 수입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무역수지 적자 장기화는 대외 신인도를 낮추는 것을 넘어 성장률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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