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포럼

“성장 둔화·비대면 기술 등 대전환기…한국에 위기이자 기회”

2022.06.22 21:12

토론 - 공존의 모색

제이슨 솅커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 의장, 대니얼 서스킨드 전 영국 총리 정책자문관, 닉 서르닉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강사, 다니엘 발덴스트룀 스웨덴 산업경제연구소 교수(왼쪽에서 두번째부터)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에서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왼쪽) 진행으로 ‘공존의 모색’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제이슨 솅커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 의장, 대니얼 서스킨드 전 영국 총리 정책자문관, 닉 서르닉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강사, 다니엘 발덴스트룀 스웨덴 산업경제연구소 교수(왼쪽에서 두번째부터)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에서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왼쪽) 진행으로 ‘공존의 모색’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권도현 기자

빈부격차 대책인 ‘기본소득’ 놓고
서르닉 “사람들에 기회를” 찬성에
솅커 “인플레 온다” 부작용 지적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는 ‘대전환 시대’를 맞았다. 불평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고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일자리마저 위협하고 있다. ‘다중 위기’에 처한 세계를 공존으로 이끌 해법은 무엇일까.

제이슨 솅커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 의장, 대니얼 서스킨드 전 영국 총리 정책자문관, 닉 서르닉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강사·연구원, 다니엘 발덴스트룀 스웨덴 산업경제연구소(IFN) 교수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 토론에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좌장은 성태윤 연세대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들은 현재 세계가 ‘대전환’의 시대에 들어섰다는 데 공감했다. 우선 팬데믹이 비대면 산업을 이끌 기술 의존도를 키우면서 ‘기술의 대전환’ 시대가 열렸다고 평했다.

솅커 의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대전환의 시대를 맞았는데 하나는 기술을 활용한 지식경제 시대로 가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과 러시아·중국 등 두 축으로 갈린 국제 분쟁 시대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서르닉 연구원은 “20세기 중반 기술 성장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었다”며 “하지만 이제 기술적으로 진화했지만 생산성이 나아지지 않는 현상이 펼쳐지면서 성장둔화 시대로의 대전환이 시작됐다”고 했다.

패널들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불평등 심화’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나눴다. 발덴스트룀 교수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정책만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스웨덴에서는 1980년대 성장 위주 정책이 펼쳐지면서 경제성장이 이뤄졌지만 오히려 불평등은 심화됐다”며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불평등을 해소할 다양한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빈부격차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거론돼온 ‘기본소득’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서르닉 연구원은 기본소득을 통해 사람들이 ‘하기 싫은 노동’에서 해방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발덴스트룀 교수는 “기본소득은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지만, 어떤 수준의 기본소득을 제공할지, 어떻게 제도 내에 안착할지, 사회적 안전망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 등 다양한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솅커 의장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본소득’은 부작용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에서는 팬데믹 기간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경기 부양책을 썼는데, 그 결과 소득이 증가하고 임금이 높아지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은 더 많이 상승했다”며 무조건 돈을 나눠주는 것은 불평등 해소의 근본적 해답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대신 불평등을 해소할 묘안으로 ‘교육’을 꼽았다. “기술이 발전해도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의 일을 로봇이 대체할 수는 없다”며 “발전된 기술을 토대로 교육을 통해 사람들이 더 흥미롭고 가치 있는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해법도 고민했다. 서스킨드 전 정책자문관은 “실망스러운 점은 통화정책 입안자들이 정책을 고민할 때 형평성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팬데믹 기간 동안 중앙은행이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소득 상위 특정 그룹에만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고, 반대로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하위 계층에 더 많은 피해를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를 올리는 것만으로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해결할 수 없다”며 “공급을 늘려 수요를 충족시키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현재의 위기가 한국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솅커 의장은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 의존형’인 한국 경제가 수출로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한국에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기술과 관련된 제품을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야 한다면, 그 나라는 ‘한국’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 전쟁과 미·중 대결 상황에
또다른 냉전시대, 분열·와해 우려
“최악 시나리오 대비할 논의 필요”

토론자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세계가 분열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발덴스트룀 교수는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났지만, 유럽국들은 여전히 전쟁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솅커 의장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전쟁을 접하지 못해 전쟁에 대해 ‘기억상실’ 상태였다”면서 “전쟁뿐 아니라 미·중 갈등은 또 다른 냉전시대를 열어 분열과 와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저출생 문제에 “세계적 현상”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 보완” 조언

마지막으로 성 교수는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토론자들은 저출생 문제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해결방법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발덴스트룀 교수는 “성장정책을 펼치면 소득은 늘지만 출생률은 줄어든다”면서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복합적인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서스킨드 전 정책자문관은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기술의 발전이 ‘생산성’을 높여 감소하는 노동력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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