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전 기재차관 “외환위기 때 금 모은 국민들, 이번엔 맹렬히 달러 사기 바빠”

2022.09.26 15:00 입력 2022.09.26 15:08 수정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8월1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준헌 기자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8월1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준헌 기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HOR) 대표가 과열된 국내 달러 투기 추세가 최근 고환율 흐름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대표는 일본의 사례를 들어 큰 폭의 금리 인상 없이도 고환율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주장했다.

26일 관가에 따르면 김 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일본은 단 한 차례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아 미국과 금리 역전 현상이 극심한데도 엔화는 원화보다 약간 더 절하되는 데 그치고 있다”며 “기축통화로서 엔화의 저력과 대외 순자산이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일본의 사정도 작용을 하겠지만 내국인의 달러사재기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썼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단 기준 0.25%에서 3.25%로 3%포인트 올랐다. 한국은행은 같은 기간 기준금리를 0.5%에서 2.5%로 2%포인트 올렸는데, 그동안 일본은행은 단기금리를 -0.1%로 동결 유지했다. 지난해 연말 대비 지난 23일 종가 기준 달러 대비 엔화의 절하율은 24.5%, 원화는 18.5%로 둘 사이의 차이는 6%포인트 수준이다.

김 대표는 강달러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달러 수요가 높아진 점이 환율 상승을 결정적으로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지금 국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달러를 사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 때 금을 모아서 나라를 구하자고 나섰던 국민들이 이번에는 한국물을 팔고 떠나는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를 사들이기에 바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외환당국이 달러 사재기 가능성을 무방비로 열어놓은 점도 문제라고 봤다. 김 대표는 “외환 자유화 시대에 내국인이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비난할 일도 아니다”면서도 “지금과 같이 심리가 중요한 시기에 내국인이 제일 발 빠르게 자국 통화 약세에 베팅하는 길이 너무나도 쉽고 무제한으로 열려 있다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썼다.

김 대표는 1987년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 금융위 부위원장과 기재부 1차관을 지낸 금융·경제 정책전문가다. 그는 현재 블록체인 투자업체 해시드의 컨설팅·리서치 자회사 HOR의 대표를 맡고 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