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의 네덜란드, 중국 ‘반도체 옥죄기’...삼성, SK 사업 어쩌나

2023.03.09 17:02 입력 2023.03.09 17:28 수정

네덜란드 ASML 직원들이 첨단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살피고 있다. ASML 제공

네덜란드 ASML 직원들이 첨단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살피고 있다. ASML 제공

네덜란드가 자국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범용 반도체 제작에 사용되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대중 수출이 사실상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해당 장비로 공장을 돌리는 삼성, SK 같은 국내 업체들의 사업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됐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리에 슈라이네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부 장관은 이날 의회에 보낸 보고서에서 “특정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기존 수출 통제 규정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규제를 여름 이전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네덜란드는 2019년 자국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이 중국에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반도체는 강한 빛을 이용해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기는 방식으로 제작되는데, 선폭 7㎚(나노미터) 이하 초미세공정에는 극자외선이 광원으로 사용된다.

네덜란드는 그동안 이전 세대인 DUV 노광장비에 대해선 중국 수출을 허용해왔다. 하지만 기존 수출 통제 규정을 강화한다는 이번 방침에 따라 DUV 노광장비 수출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네덜란드는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하라는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요청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런 네덜란드가 미국과 손을 잡기로 한 건 반도체 장비의 원천 기술과 핵심 장비의 부품업체가 미국에 있는 현실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실제로 ASML의 EUV와 DUV 노광장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의 생산공장 일부는 미국에 있다. 특히 ASML이 2012년 인수한 미국 샌디에이고의 사이머(Cymer)는 DUV를 생성하는 엑시머 레이저 등 광원 관련 특허 수백개를 보유하고 있다.

ASML이 자사 홈페이지에 “EUV 개발을 가속하기 위해 광원 기술 전문회사인 사이머를 인수했다”고 밝힐 정도다. 특허 일부는 미 정부 자금으로 지역 대학 연구진과 함께 개발한 기술이다. 미국 정부가 핵심 부품의 통관을 막는 방법으로 언제든 ASML의 숨통을 조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ASML은 성명을 내고 “앞으로 규제 대상이 되는 DUV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면서도 “다만 모든 DUV 장비가 규제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ASML은 “(어떤 장비가 대상인지) 추가 정보가 없긴 하지만 가장 최신 DUV 장비에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네덜란드가 DUV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에 들어가면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경영 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ASML의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중국 내에 상당한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중국 우시 공장에서 DUV 장비로 10㎚ 중후반~20㎚ 초반급 D램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에게 직접적 충격이 갈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장을 둔 국내 업체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네덜란드가 국내 기업의 중국 공장에는 예외를 적용하도록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네덜란드가 정상적인 무역을 제한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네덜란드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으로 시장 원칙을 견지하고 개별 국가(‘미국’)를 따라 수출 통제조치를 남용하지 않는 것”이라며 “중국은 모든 조치를 취해 우리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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