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만 전기료 인상···주택용·소상공인 요금은 동결

2023.11.08 15:00 입력 2023.11.08 17:12 수정

산업용 요금제만 올리기로

올 4분기 가스요금도 동결

한전 적자 개선 역부족 평가

서울시내 주택가 외벽에 부착된 전력량계. 연합뉴스.

서울시내 주택가 외벽에 부착된 전력량계. 연합뉴스.

정부가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하고 대기업들이 쓰는 산업용 요금만 올리기로 했다. 올해 4분기 가스요금도 동결한다.

고물가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는 데다 내년 봄 총선 등을 고려해 저항이 덜한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용 전기료만 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연료비와 연동해 전기요금을 올리는 근본적 구조개편 없이 ‘핀셋 조정’만으로는 만성적 한국전력 적자를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발표한 ‘전기요금 조정방안’을 통해 9일부터 ‘산업용(을) 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평균 10.6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산업용 고객(약 44만호) 중에서도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약 40만호)은 동결한다. 산업용(을) 요금도 시설 규모에 따라 차등화하기로 했다. 전압이 3300∼6만6000V 이하인 산업용(을) 고압A 요금은 ㎾h당 6.7원, 고압B(154kV)·고압C(345kV이상)는 ㎾h당 13.5원 인상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전압이 높을수록 시설 규모가 크다.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다음으로 미뤘다. 산업부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와 경기침체로 인해 일반 가구, 자영업자 등 서민경제의 부담이 특히 큰 상황”이라며 “이들 요금에 대해서는 인상속도 조절을 위해 동결하고, 향후 국제 연료 가격과 환율 추이 등을 살펴 가며 요금조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용만 올린 것은 이들 기업이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용(을) 사용자는 전체의 0.2% 수준이었지만 전기 판매 비중은 49%를 차지해 주택용(15%)과 일반용(23%)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여기에 산업용 요금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점도 이번 인상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산업부는 “낮은 요금 수준으로 인한 에너지 다소비·저효율 구조의 개선과 겨울철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서도 요금조정을 통한 가격신호 기능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 4분기 가스요금은 올리지 않기로 했다. 강경성 산업부 차관은 “이미 다섯차례에 걸쳐 요금을 45.8%나 가스요금을 올린 데다, 난방 수요가 몰리는 겨울철이 다가오는 것을 고려해 동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충격을 고려한 조치로, 이번에 올렸다가는 내년 봄 여론이 나빠질 가능성도 크다.

이날 한전은 공릉동 인재개발원 터 매각과 한전 KDN 지분 20% 등 자회사 지분 매각 추진 계획도 내놨다. 또 올해 초 공공기관 혁신계획에 따른 정원 조정과 설비관리 자동화 등을 통해 2026년까지 약 1200명의 운영인력을 추가 감축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요금 인상이 적자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따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함에도 산업용만 일부 인상한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대로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