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동관·김홍일 잘못 없다’는 이진숙, 방통위 수장 자격 없다

2024.07.04 18:43 입력 2024.07.04 18:52 수정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가 4일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지명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가 4일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지명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내정했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국회 탄핵소추에 앞서 ‘꼼수 사퇴’한 지 이틀 만이다. 그런데 이 내정자는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의 방송장악에 대해 ‘잘못한 게 없다’고 했다. 이런 인사는 독립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방송·통신정책을 이끌 자격이 없다.

이 내정자는 지명 직후 인사말에서 이·김 전 위원장에 대해 “어떤 불법적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동관·김홍일 방통위는 비정상적인 ‘2인 체제’에서 KBS ‘친윤’ 사장 임명, YTN 졸속 민영화 등으로 방송장악을 위해 폭주했다. 법원이 두 차례나 방통위 운영의 위법성을 지적했음에도 무시했다. 야당이 두 사람의 탄핵을 추진한 명분은 정당하다. 그런데 두 사람의 잘못이 없다면, 이 내정자도 공영방송 장악의 길로 가겠다는 건가. 이 내정자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과 KBS·EBS 이사를 조속히 교체하겠다고 했다. KBS·YTN에 이어 MBC까지 공영방송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이 내정자는 ‘바이든-날리면’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 등을 “가짜 허위 기사들”이라며 “정부가 방송 장악을 했다면 이런 보도가 가능했겠느냐”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언론·표현의 자유가 후퇴한 데 대해 일말의 반성조차 없는 후안무치한 태도다. 올해 한국 언론자유지수가 1년 만에 15단계 폭락한 62위였다는 걸 모르는가. 그는 ‘공영방송은 노동단체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며 언론 종사자의 노동권을 부정하는 반헌법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내정자의 과거 행적도 방통위 수장으로 부적격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김재철 MBC 사장 측근으로 방송장악에 관여했고, 2014년 MBC 보도본부장 당시 세월호 참사 관련 단체들로부터 ‘참사 책임 언론인’으로 지목됐다. 2020년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에 도전했고, 윤석열 대선캠프에선 언론특보 등을 지냈다. 선거판을 기웃거리던 정파적 인물이 방통위원장이 된다면 방통위 설립 목적을 위배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이 내정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환경부 장관에 김완섭 전 기획재정부 2차관, 금융위원장에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을 내정했다. 또 관료 출신 대통령실 비서관 3명을 인사혁신처장·기재부 1차관 등에 임명하는 등 차관급 7명을 교체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후 개각을 예고했지만,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 후임은 감감무소식이고, ‘찔끔 개각’만 하고 있다. 국정을 쇄신할 생각은 있는 건지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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