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로 만든 플라스틱에서 다시 석유 뽑아내는 ‘도시 유전’

2024.01.18 21:35 입력 2024.01.18 21:41 수정

소각 대체 ‘화학적 재활용’ 기술

분쇄한 폐플라스틱, 해중합 기술로 얻은 파우더 형태의 플라스틱 원료, 물리적 재활용으로 만든 펠릿,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페트병(왼쪽부터). 롯데케미칼 제공

분쇄한 폐플라스틱, 해중합 기술로 얻은 파우더 형태의 플라스틱 원료, 물리적 재활용으로 만든 펠릿,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페트병(왼쪽부터). 롯데케미칼 제공

고분자 형태로 구성된 폐플라스틱
화학적으로 석유와 유사하게 전환

복합재질·여러 번 재활용한 경우도
다시 재생, 물리적 방식 한계 보완
경제성 확보 위한 R&D 진행 중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폐기물 자원순환 정책이 강화되면서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기술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물리적 재활용이 가능한 페트(PET)병 등 일부 단일 소재의 플라스틱을 제외한 대부분 플라스틱은 재활용할 길이 제한적이어서, 결국 사용 후 땅에 묻거나 소각해야 해 환경오염을 야기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20년 발생한 폐플라스틱 1290만t 중 화학적 재활용은 90만t에 그쳤지만, 2030년에는 410만t까지 3.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학적 재활용은 고분자 형태인 폐플라스틱을 화학적 반응을 통해 원재료인 석유와 유사한 형태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화학적 재활용이 ‘도시 유전’으로 불리는 이유다.

특히 복합재질이나 여러 차례 재활용을 거친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어 물리적 재활용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다만 물리적 재활용 대비 높은 열에너지가 필요한 화학적 재활용 공정에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세천 공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환경을 위한 순환경제에 가장 적합한 것은 물리적 재활용이지만 재활용에 한계가 있다”며 “화학적 재활용은 새 플라스틱 원료를 만들거나 매립·소각하는 것보다 탄소 배출이 훨씬 적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화학 기업들의 ‘화학적 재활용’ 공정 구축 현황

국내 정유·화학 기업들의 ‘화학적 재활용’ 공정 구축 현황

현재 가장 상용화된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열분해’와 ‘해중합’이다.

열분해는 500~700도의 무산소 환경에서 플라스틱의 고분자 사슬을 분해해 기름(열분해유)을 생산한다. 비닐을 포함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티렌(PS) 등 혼합플라스틱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투입되는 플라스틱 상태에 따라 열분해유의 품질이 달라져, 대부분 보일러나 발전기에 사용되는 저급 연료로 사용된다.

오 교수는 “열에너지를 사용해 만든 열분해유를 다시 난방 연료로 사용하는 건 플라스틱 순환경제에는 맞지 않고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폐플라스틱을 대용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고효율 열분해 기술과 열분해유를 다시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후처리 공정의 기술 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중합은 유색 페트병이나 나일론으로 친숙한 폴리아마이드(PA), 수영복이나 스타킹 등에 사용되는 폴리우레탄(PU) 등 폐섬유에 적용할 수 있다.

해중합은 고온에서 촉매와 유기용매 등을 이용해 플라스틱 분자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원료 단계로 되돌린다. 원유에서 생산한 신규 플라스틱 원료와 거의 동일한 품질을 가져 플라스틱 제품 생산에 투입할 수 있다. 다만 중금속 등 오염물질에 민감한 기술이어서 선별된 플라스틱에만 적용할 수 있고 촉매의 종류에 따라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편 열분해와 해중합으로도 처리할 수 없는 재질의 플라스틱은 가스화 기술로 재활용할 수 있다.

폐플라스틱을 800~1300도의 가스화기에 투입한 뒤 소량의 산소를 주입하면 합성가스(수소·일산화탄소 혼합물)가 생성된다. 이는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의 화합물로 추출할 수 있다. 가스화는 모든 종류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지만, 열분해와 해중합 대비 시설 투자비가 많이 든다. 현재는 경제성 확보를 위한 상용화 연구가 진행되는 단계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현재 국내 정유·화학 기업들은 열분해를 이용한 화학적 재활용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대기업들의 재활용 시장 진출이 폐플라스틱을 수거하는 영세업체들의 밥벌이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열분해 산업의 경우 현재까지 주로 중소기업이 꾸려가고 있어서다.

열분해 공정을 준비 중인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재활용 수거·선별 업체들과 상생협약을 통해 폐플라스틱을 공급받고 있다”며 “폐플라스틱을 다시 새 플라스틱으로 순환할 수 있도록 기존 중소기업이 생산하지 않는 고품질의 열분해유 생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 시리즈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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