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혁신의 질 떨어져…일론 머스크 같은 ‘똑똑한 이단아’ 나올 환경 만들어야”

2024.05.26 15:37 입력 2024.05.26 16:48 수정

한국은행 ‘혁신과 경제성장: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활동 분석 및 평가’ 보고서

기업 생산성 증가세 10년 사이 10분의 1로 줄어

대기업 특허 피인용건수는 1.4건에 그쳐

기업 기초연구 지출 줄고 ‘똑똑한 이단아’ 키워내지 못하는 교육환경이 원인

일론 머스크가 지난 26일 미국 캘리포니아 베벌리 힐스의 베벌리 힐튼에서 열린 밀켄 컨퍼런스 2024 글로벌 컨퍼런스 세션에서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지난 26일 미국 캘리포니아 베벌리 힐스의 베벌리 힐튼에서 열린 밀켄 컨퍼런스 2024 글로벌 컨퍼런스 세션에서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리나라 기업의 생산성 증가세가 10년 사이 10분의 1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도 양적인 면에서 혁신은 이뤄지고 있지만 혁신의 질은 떨어진다고 지적됐다. 한국은행은 기업의 기초연구를 지원하고, 일론 머스크와 같은 ‘똑똑한 이단아’가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26일 내놓은 ‘혁신과 경제성장: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활동 분석 및 평가’라는 중장기 심층연구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 활동 지표가 글로벌 상위권을 나타내고 있지만, 생산성 성장세가 크게 둔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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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를 보면, 혁신활동의 지표인 한국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출규모는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4.1%로 세계 2위, 미국 내 특허출원건수도 국가별 비중이 7.6%(2020년)로 전세계 4위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기업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6.1% 늘었지만 2011~2020년으로 넘어오면서 0.5%로 대폭 낮아졌다. 10분의 1 규모로 대폭 쪼그라든 것이다. 미국에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실적이 우수한 ‘혁신기업’의 생산성 증가율도 같은 기간 연평균 8.2%에서 1.3%로 크게 떨어졌다.

한은은 특히 대기업의 경우 혁신의 실적은 늘었지만 혁신의 질은 떨어졌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혁신의 양적 측면을 특허출원건수로, 질적 측면을 특허가 타기관에 인용된 건수로 분석했다. 대기업의 경우 2011년~2015년 중 우리나라 특허의 건당 피인용건수(출원 후 5년 이내)는 1.4건에 그쳤다. 미국(5건), 네덜란드(3.7건), 스위스(2.8건) 등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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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경우 혁신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혁신 잠재력을 갖춘 신생기업의 진입이 감소하면서 생산성이 둔화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혁신 잠재력이 있는 신생기업의 진입이 줄면서 설립 후 8년 내에 미국 특허를 출원한 신생기업 비중은 2010년대 들어 감소세를 지속해 10% 아래로 내려갔다.

한은은 기업의 혁신 실적이 질적으로 개선되지 못한 배경으로 기업의 기초연구 지출비중 축소를 꼽았다. 응용연구는 혁신실적의 양을 늘리는 데 효과적인 반면 기초연구는 선도적 기술개발의 기반인 질과 밀접하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은 기초연구 지출 비중(OECD기준)을 2010년 14%에서 2021년 11%로 줄였다. 벤처캐피탈에 기업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도 중소기업이 혁신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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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그러면서 ‘똑똑한 이단아’를 키워내지 못하는 교육·사회 제도도 문제로 짚었다. 미국은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일론 머스크(테슬라)’ 등 혁신 창업가가 끊임없이 양성되지만 한국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교육환경과 사회여건상 ‘똑똑한 이단아’가 혁신창업가로 육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중1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교육종단연구2005’ 자료를 통해 한국의 똑똑한 이단아를 전체 표본 중 1.6%로 판단하고,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창업을 했거나 창업을 희망하는 비중이 3%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어 연구비 지원 등 기초연구가 강화되면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개선되고, 자금공급여건 개선, 신생기업 진입 확대 등 혁신기업 육성이 진전되면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성원 한은 경제연구원 과장은 “기초연구를 강화하고 벤처 캐피날 기능을 개선하는 동시에 창업 도전을 격려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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