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 2명 중 1명은 본인이 빈곤층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소득층 중 본인이 고소득층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10명 중 1명도 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사회안전망의 부족으로 자녀교육, 노후 등을 개인이 직접 해결해야 하다 보니 고소득자들도 삶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이 실린 ‘중산층vs고소득층, 삶의 차이 분석’ 보고서의 설문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득층의 49.1%, 즉 2명 중 1명은 본인을 빈곤층에 해당한다고 응답했다. 설문에 응답한 고소득층 232명 중에서 본인이 고소득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9%에 불과했고 나머지 96.1%는 자신이 고소득층보다 낮은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 자기가 속한 계층보다 자신의 소득 계층을 더 낮게 평가하는 ‘계층에 대한 하향인식’ 경향은 중산층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1128명의 중산층 역시 본인이 중산층에 해당한다고 본 사람은 19.8%뿐이었고, 나머지 79.1%는 자신이 빈곤층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고소득층과 중산층, 빈곤층은 통상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나눈다. 중위소득이란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순위 매겼을 때,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을 의미한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4인 가족 중위소득은 375만원이었다. 이 기준으로 봤을 때, 중위소득의 150% 이상인 소득 563만원 이상 가구는 고소득층, 50% 이하인 187만원 이하 하구는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서동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리포트에서 “고소득층의 44%가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이 5억원이 넘고, 3억원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비율도 69%에 이른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빈곤층이라 여기는 사람의 비율이 50% 가까이 이른다는 점은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의 기준이 지나치게 상향 평준화 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한국 사회에서 계층 하향 인식이 높은 원인은 사회안전망이 부족해 소득이 높아도 삶에 대한 불안감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당신은 중산층입니까>의 저자이기도 한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강원택 교수는 “사회안전망, 복지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개인이)벌어서 다 해결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며 “600만원 가까이 벌어도 과도한 사교육비와, 높은 집세에 다 충당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계층을 분류하는 평가 지표에 소득 외에도 주택 등의 자산, 직업 등에 대한 평가도 함께 넣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강 교수는 “계층 귀속감에는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이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볼 때는 직업 같은 사회적 위신에 대한 평가도 함께 보는 것이 좋긴 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