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 절반 "나도 빈곤층"…사회안전망 부족해 많이 벌어도 불안

2015.12.29 12:40 입력 2015.12.29 16:48 수정

고소득층 2명 중 1명은 본인이 빈곤층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소득층 중 본인이 고소득층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10명 중 1명도 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사회안전망의 부족으로 자녀교육, 노후 등을 개인이 직접 해결해야 하다 보니 고소득자들도 삶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이 실린 ‘중산층vs고소득층, 삶의 차이 분석’ 보고서의 설문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득층의 49.1%, 즉 2명 중 1명은 본인을 빈곤층에 해당한다고 응답했다. 설문에 응답한 고소득층 232명 중에서 본인이 고소득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9%에 불과했고 나머지 96.1%는 자신이 고소득층보다 낮은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 자기가 속한 계층보다 자신의 소득 계층을 더 낮게 평가하는 ‘계층에 대한 하향인식’ 경향은 중산층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1128명의 중산층 역시 본인이 중산층에 해당한다고 본 사람은 19.8%뿐이었고, 나머지 79.1%는 자신이 빈곤층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 고소득층과 중산층의 계층 인식. / 자료 : HN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 고소득층과 중산층의 계층 인식. / 자료 : HN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고소득층과 중산층, 빈곤층은 통상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나눈다. 중위소득이란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순위 매겼을 때,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을 의미한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4인 가족 중위소득은 375만원이었다. 이 기준으로 봤을 때, 중위소득의 150% 이상인 소득 563만원 이상 가구는 고소득층, 50% 이하인 187만원 이하 하구는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서동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리포트에서 “고소득층의 44%가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이 5억원이 넘고, 3억원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비율도 69%에 이른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빈곤층이라 여기는 사람의 비율이 50% 가까이 이른다는 점은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의 기준이 지나치게 상향 평준화 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한국 사회에서 계층 하향 인식이 높은 원인은 사회안전망이 부족해 소득이 높아도 삶에 대한 불안감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당신은 중산층입니까>의 저자이기도 한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강원택 교수는 “사회안전망, 복지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개인이)벌어서 다 해결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며 “600만원 가까이 벌어도 과도한 사교육비와, 높은 집세에 다 충당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계층을 분류하는 평가 지표에 소득 외에도 주택 등의 자산, 직업 등에 대한 평가도 함께 넣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강 교수는 “계층 귀속감에는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이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볼 때는 직업 같은 사회적 위신에 대한 평가도 함께 보는 것이 좋긴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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