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홍콩 ELS 배상, 분쟁조정위로 길 뚫을까

2024.05.08 06:00 입력 2024.05.08 06:13 수정

홍콩H지수 ELS 피해자모임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월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창길 기자

홍콩H지수 ELS 피해자모임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월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창길 기자

금감원, 13일 5개 은행 분조위
투자자와 합의 압박 효과 기대

중국 ‘신국9조’로 H지수 반등
7월 만기 상품 손실 안 날 수도

금융감독원이 오는 13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주요 판매 은행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대표 사례에 대한 조정을 진행한다. 분조위 결정은 최근 지지부진한 시중은행의 ELS 배상 합의에 압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H지수가 급등하면서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KB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오는 13일 분조위를 개최한다고 통보했다. 분조위는 은행별 대표 사례에 대한 배상 비율을 책정해 조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조정안이 수락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5개 은행에 대한 분조위 개최 결과는 오는 14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분조위의 판단은 최근 배상 비율을 놓고 줄다리기 중인 은행과 투자자의 합의를 압박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홍콩 ELS 판매 은행들은 자율 배상을 진행 중이지만 견해 차이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5대 시중은행에서 취합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26일 기준 ELS 손실 배상금을 받은 고객 수는 총 50명에 그친다. 신한은행은 6명에게 배상을 완료했는데, 이 중 4명이 임직원 및 임직원 배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자사 임직원부터 서둘러 배상작업을 마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ELS 판매 규모가 큰 은행부터 분조위를 연 뒤 추후 증권사에 대해서도 분조위 개최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의 홍콩H지수 ELS 판매 금액은 15조4000억원으로, 증권사(3조4000억원)보다 12조원 많다.

최근 홍콩H지수가 연일 상승하고 있어 일부 투자자는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H지수는 지난 3일 전일 대비 1.71% 오른 6547.29로 거래를 마쳤다. H지수가 6500선을 돌파한 것은 9개월 만으로, 지난 1월 기록한 최저점(4943.24)에 비해 32.44% 올랐다.

금융권에서는 6500선을 유지할 경우 7월 만기가 도래하는 H지수 연계 ELS 투자자는 손실을 보지 않을 것으로 추산한다. H지수가 오른 것은 중국이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인 일명 ‘신국9조’를 지난달 12일 발표하면서 중국 내 우량 기업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국9조는 2013년 시행한 중국의 자본시장 부양책 ‘국9조’의 새로운 버전으로, 상장 기업의 주주 환원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배당이 저조한 기업을 따로 추려 특별관리종목으로 지정하는 ‘페널티’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보다 강제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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