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령 소도 광우병 발생… 정부 주장 과학기준은 허구

2012.05.09 22:27
김다슬 기자

영국 통계 자료서 드러나… 사료규제 강화 후에도 발생

정부는 ‘30개월 미만’ 소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을 들어 홍보하고 있다. 또 육골분 사료금지 조치, 월령 확인 등 과학적인 기준을 지키면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올해도 광우병이 발생했고 인간 광우병이 가장 많이 발생한 영국의 통계를 보면 정부가 말하는 과학과 실제의 간극이 드러난다. 사료금지 조치가 실시되고 한참 후인 2004년에 태어난 소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했고 1990년대까지 20개월령대 소에서도 수차례 광우병이 발생했다. 30년간 발생한 광우병 소 18만여마리 중 4만여마리는 나이 불명(unknown)이었다.

영국의 대표적 수의 과학 연구·검역·자문기구인 수의연구청(Veterinary Laboratories Agency)의 ‘광우병 소의 연령에 따른 통계’ 자료를 보면 광우병으로 확인된 소 중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태어난 소는 1974년생이었고, 가장 최근에 태어난 소는 2004년생으로 나타났다.

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촉구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바닥에 앉아 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촉구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바닥에 앉아 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영국은 1980년대 대규모 광우병이 발생해 1990년대 초까지 해마다 수만마리가 광우병으로 확인됐다. 광우병 쇠고기를 먹은 영국인 163명이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했다. 영국 정부는 1988년 반추동물 사료를 반추동물에게 먹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시작으로 1994년, 1996년에 걸쳐 강화된 사료금지 조치를 실시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사료금지 조치를 실시한 지 수년이 지나 2004년 태어난 소에서도 광우병이 확인됐다. 올해도 광우병이 한 건 발생한 것을 비롯해 2011년 3건, 2010년 5건, 2009년 2건 2008년 11건, 2007년 14건, 2006년 17건 등 지속적으로 광우병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은 2008년 뇌와 척수를 제거하지 않은 30개월 이상된 소만 동물성 사료로 쓰지 못하게 하는 사료규제를 내놨다. 박상표 수의사연대 사무국장은 “사료규제 조치를 시행한다고 즉각 광우병이 박멸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료규제 강화를 조건으로 체결한 2008년 이명박 정부의 한·미 쇠고기 수입조건 협상이 얼마나 졸속이었지 영국의 경우를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협상 체결의 전제가 됐던 사료규제 강화 역시 미 축산업계의 압력에 실제로는 완화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영국 수의연구청 통계를 보면 1988년부터 1996년까지 매년 20~30개월령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박상표 국장은 “30개월령 이하의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기준은 과학적 기준이 아니라 상업 및 무역적 고려가 포함된 기준일 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광우병 소의 연령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도 22%에 이른다는 점이다. 1974년부터 2007년까지 영국에서는 18만3316건의 광우병 소가 발견됐는데 이 중 4만3351건은 연령이 미확인으로 남아 있다. 이력추적제를 통한 출생기록 서류가 없다면 정확한 나이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는 이력추적제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영국에서 2011년까지 발생한 광우병 소 18만1128건 중 젖소가 14만6124건(80.67%)에 달한다. 광우병은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2~3년 내에 도축해 고기로 소비하는 육우보다는 6~8년 동안 우유를 짜는 젖소에서 많이 발견되는 것이다. 박상표 국장은 “영국은 최근 3년간 모두 증상이 없는 정상적인 소를 예찰하는 과정에서 광우병을 발견해 냈다”며 “전체 도축소의 0.1%만 광우병 검사를 하는 미국식 검사방식은 광우병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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