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패널 달고, LED 조명으로 바꾸고…원자력·석탄발전소도 우리가 줄일 수 있어요

2017.09.25 06:00 입력 2017.09.25 06:01 수정

“에너지 민주주의, 우린 이렇게 해냅니다”

아파트 베란다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이규성씨가 밖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송윤경 기자

아파트 베란다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이규성씨가 밖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송윤경 기자

한국 사회는 석탄·원자력 발전소에서 전기를 대량생산해 고압 송전선로 등을 통해 ‘배달’받는 중앙집중식 발전에 길들여져 있다. 서해안과 동해안을 따라 건설된 이들 발전소에서 나온 전력 대부분은 수도권과 대도시 시민들이 쓴다. 그러나 대기오염 피해와 사고에 대한 불안감은 발전소 지역의 몫이다. 이들 지역 주민의 목소리는 관료가 만드는 에너지 수급계획에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착한 전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면서 특정 지역의 희생이 없는 전력, 세상을 더 오염시키지 않는 전력, 시민 참여를 통한 전력계획의 수립 등 ‘에너지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이규성씨(72)는 매달 가정에서 쓴 전력량을 기록한다. 2014년 태양광 패널을 아파트 베란다에 처음 설치한 후 생긴 습관이다. 지난 22일 만난 이씨는 월별 전력사용량을 기록한 그래프부터 보여줬다. “주로 1월과 7~8월에 높은 봉우리가 생기죠. 그런데 2014년에 보세요. 6월에 400㎾h를 살짝 넘겼다가 선이 갑자기 확 내려가죠. 이때 저희가 태양광 패널을 달았어요.” 이후 아무리 많이 쓰는 달에도 300㎾h를 잘 넘지 않았다. 2016년에 태양광 패널을 한 대 더 설치했다. 약 130㎡의 아파트에 사는 그는 올 8월분 전기요금으로 4만4810원을 냈다. ‘동일 면적 가구’의 평균 전기요금은 11만2390원이다.

에너지 자립마을인 서울 거여1단지 아파트 아이들이 에너지 교육 시간에 태양광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거여1단지 아파트 주민 제공

에너지 자립마을인 서울 거여1단지 아파트 아이들이 에너지 교육 시간에 태양광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거여1단지 아파트 주민 제공

그는 “전력소비가 이렇게 쑥 내려가는 걸 보니까 원전, 석탄발전소 하나 줄이는 게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실제로 들었다”며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 지원에다가 구청과 패널 업체의 보조금까지 합하면 설치비는 8만원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열심히 낸 ‘입소문’ 덕에 같은 단지 50가구가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전주시 완산구에 사는 윤기환씨(47)는 2015~2016년의 전주시 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에 시민패널로 참여한 경험이 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시민 50명을 전주시 인구 구성비에 맞춰 선발했고, 이들은 3주에 걸쳐 전주시의 ‘에너지 자립’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했다. 이들은 2030년까지 전주시의 에너지자립률을 30%로 끌어올리자는 결론을 냈고 전주시는 이 방안을 받아들여 예산을 투입하고 ‘에너지자립과’도 만들었다.

윤씨는 “계획이 반영되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이라도 매일 아껴서 자립률을 더 높여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지난해 광명시에서도 시민과 함께하는 에너지 기본계획 수립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올 10월부터는 충남도에서도 시작한다.

서울 송파구의 거여1단지 주민들은 관리사무소 옥상에 대형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얻는 전력을 공동으로 쓰고 있다. 엘리베이터, 가로등, 지하주차장 전등 등에 필요한 전력의 50%가 옥상 태양광 패널로 ‘해결’됐다. 에너지전문가를 초빙해 아이들에게 태양광 자동차를 만들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마을’의 개념이 싹트기 시작했다.

거여1단지 아파트단지 입주민대표인 최재영씨(37)는 ‘에너지 자립마을’을 일궈낸 리더 중 한 사람이다. 회사원인 그는 지난해부터 주말 혹은 평일 아침, 저녁 시간까지 쪼개서 에너지 자립마을 활동에 매달렸다. 아내가 말리는데도 그가 노력을 멈추지 않은 건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깨끗한 환경에서 살게 해주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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