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먹튀, 근거 없다”…여야 의원들 “지엠 대변인이냐”

2018.10.22 11:17 입력 2018.10.22 22:38 수정

이 “분할이 이익 될 수도…산은 동의 없인 10년간 철수 불가”

부사장 “철수 계획 없어”…노조위원장 “향후 매각 가능성”

<b>고심하는 2대 주주</b>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면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고심하는 2대 주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면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지엠이 지난 19일 주주총회에서 의결한 연구개발법인 분리 논란의 핵심은 미국 GM이 분리를 기점으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할지 여부로 좁혀진다.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철수의 사전 포석이란 입장인 반면 사측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연구개발법인을 분리했을 때 얻는 이익이 무엇이고 고용 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국지엠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산은의 이 같은 태도는 2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산은이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로 이어졌다.

한국지엠이 지난 7월20일 연구개발법인을 자동차 생산법인과 분리하겠다고 발표하자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멀쩡한 회사를 굳이 생산과 연구개발로 나누려는 것은 장기적으로 생산법인은 청산하고 연구법인만 갖고 철수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은 이날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 “이후 구조조정과 매각이 있을 수 있다”며 “사측이 (신설 법인에) 단체협약 승계 및 노조 승계를 안 한다고 하는데 ‘먹튀’를 준비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지난 5월 향후 10년간 철수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한국 정부와 경영정상화 계약을 맺었고, 본사에서 한국을 글로벌 소형 SUV 개발 거점으로 정하고 신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노조 측의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최종 한국지엠 부사장은 국감에서 “철수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존에 산업은행과 체결한 계약(비토권·주주감사권)이 신설 법인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인 설립은 산은의 거부권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b>등진 노사</b>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왼쪽)과 최종 한국지엠 부사장이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등진 노사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왼쪽)과 최종 한국지엠 부사장이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한국지엠 사측이 법인 분리를 통해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연구개발법인이 분리되면 현재 노조 조합원 1만여명 중 3000여명이 신설 법인으로 이동해 노조의 세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설 법인에서는 회사와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이 승계되지 않는다.

노사 양측을 조율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산은이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국감에서 법인 분리를 ‘먹튀’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판단 근거’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회장은 “한국지엠 건과 관련해 (이익 침해를) 판단할 만한 근거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분할 매각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법인 분할이 회사에 이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인 분할이 철수 의도라고 보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 GM이 글로벌 제품의 연구를 집중적으로 한국법인에서 한다는 것”이라며 “비토권 때문에 산은이 동의하지 않으면 한국지엠은 10년간 철수를 못한다”고 덧붙였다.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산은의 태도를 비판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 회장이 ‘GM 대변인’처럼 답변한다고 질타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은이 과연 이 사안에서 철저히 대비했느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지엠 정상화 기본계약서 체결 두 달 뒤 연구개발법인 분할 방침이 발표된 것은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왔다는 의미”라며 “(산은이)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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