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탓 불매운동 고조에 ‘몸 사리는’ 일본 기업

2019.07.08 18:34 입력 2019.07.08 22:32 수정

소니, ‘무선 이어폰 출시 행사’ 사흘 앞두고 돌연 취소

담배회사 JTI도 기자간담회 취소·신제품 출시 연기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이 국내 행사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정확한 취소 이유를 함구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양국 간 관계 악화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의 대표 전자업체 소니는 오는 1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노이즈 캔슬링(소음 제거) 무선 이어폰’ 신제품 출시 행사를 취소한다고 8일 밝혔다. 당초 소니는 신제품 체험이 가능한 형태의 기자간담회를 열겠다고 공지한 상태였다. 소니 측은 행사를 취소한 이유에 대해 e메일로 ‘내부 사정’이라고 짤막하게 공지했다. 소니 관계자는 ‘행사 취소를 본사와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글로벌 론칭이 로컬 론칭이다. (로컬 론칭은) 각 세일즈 컴퍼니에서(소니코리아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전혀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멜·뫼비우스·세븐스타 등 유명 담배 제품을 생산하는 일본계 담배회사 JTI코리아도 신제품 출시 일정을 연기했다. JTI코리아 역시 소니와 같은 날 서울 제이그랜하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JTI코리아 측은 “실내 흡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외 행사로 예정했는데 당일 비가 예보돼 부득이하게 미룬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인 업무 관행에 비춰볼 때 기자간담회를 사흘 앞두고 취소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행사를 위해 대관한 장소 예약을 일주일도 남기지 않고 취소했다면 호텔 측에 물어야 할 위약금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일 무역분쟁 여파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규제를 본격화한 상황에서 한국 시장에 신제품을 내놓는 것 자체에 적잖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국내에서 고조되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기류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본다. 인터넷상에 ‘일본 제품 불매 리스트’가 돌고 있는데 여기에는 소니와 JTI코리아 제품도 포함돼 있다. JTI코리아의 경우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JTI(Japan Tobacco International) 소속 기업으로 한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대부분 필리핀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불매운동 흐름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와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종의 수출을 규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일본에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양국 간 갈등은 확전되는 양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여론이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서 신제품 출시 행사를 강행했다가 역효과만 낳을 수 있다고 판단해 행사를 취소한 것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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