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영공 통과 못해…항공사들, 공중에 날린 돈 ‘매년 550억원’

2019.12.05 06:00 입력 2019.12.05 06:01 수정
홍재원 기자

‘연 2만회 미주 운항’ 대한항공·아시아나, 일본에 통과료 연 220억 지급

북한 통과료는 30% 저렴…거리도 늘어 30분 지연에 항공유 480억 낭비

MB 정부 때 북 영공 통과 금지된 뒤 지금의 일본 우회항로로만 가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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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가 업황 부진으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북한 영공 회피에 따른 대형 항공사들의 손실액만 연간 500억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항공사들이 10년 가까이 일본 영공으로 우회하고 있어 그동안 손실액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국내 항공사들로부터 짭짤한 영공 통과료를 챙기고 있다.

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국내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기 포함 연간 2만회가량 일본 영공을 통과해 미주 지역을 오가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것에 비해 항공사엔 추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남북은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4월 상호 영공을 개방해 민항기의 영공 사용을 허용했다. 물론 국적기들이 북한 영토 위를 날아다닌 건 아니고 북한 영공인 해상 경로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천안함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북 영공 통과를 금지하는 정부의 5·24 조치가 나왔고 이때부터 국적기들은 일본 등으로 우회 운항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단 미 서부지역 쪽을 오가는 항공기는 일본 쪽으로 우회해 편도 기준 30분가량을 더 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착시간이 지연될 뿐 아니라, 싱가포르 항공유가 배럴당 75달러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30분 동안 우회하는 데 들어가는 항공유 가격도 대형기 1대당 240만원 안팎이다. 2만대의 항공기가 1년에 480억원어치의 항공유를 일본 상공에서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영공을 지나려면 보잉747 기종 기준 건당 통과료 110만원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미주 운항으로 일본에 지불하는 통과료만 연간 220억원이다. 북한 영공 통과료는 3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 해상을 지나갈 때보다 약 70억원 많은 금액을 매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으로 우회하는 2만대의 항공기는 매년 550억원 가까운 추가 비용을 쓰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360억원과 180억원 이상을 추가 부담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미주 서부지역을 오가는 일본 쪽 우회 항로만 감안한 추산이다.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뉴욕 등 미 동부지역을 오가는 항공기 또한 북한 서해 영공을 피해 15~20분가량 더 소모하며 중국 쪽으로 우회 비행한다. 또 FSC뿐 아니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오가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북 영공을 피해야 하므로 이런 비용이 상당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항공업계가 호황일 때는 이런 문제가 특별히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 항공사가 최근 일본 승객 급감과 경기 불황 등으로 2분기 이후 대규모 적자를 내는 등 한 푼이 아쉬울 때여서 전사적인 비용절감에 나선 상태다.

우회 항로 문제는 당분간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북·미 대화에 큰 진전이 없어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고 있는 등 한반도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으냐”며 “상당 기간 일본과 중국으로 우회하는 현 항로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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