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몰리는 글로벌 자본…“몇 년 내 미 금융산업 지위 위협”

2020.12.14 16:31 입력 2020.12.14 21:04 수정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율, 지난 4월부터 평균 15% 유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한 금융시장 개방 조치 효과

성장 잠재력 크지만 금융 당국의 강한 통제는 불안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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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에도 중국 금융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중국이 향후 금융산업에서 미국의 지위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역분쟁과 홍콩 문제 등으로 올해 미·중 갈등이 커졌지만 글로벌 자본은 오히려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증가율은 지난 2월과 3월 코로나19 충격으로 전년 대비 각기 -25.6%와 -14.1%를 기록했을 뿐 4월부터는 평균 15%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미국 지수 산출 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 다우존스 인다이시즈’(S&P DJI)는 오는 21일부터 연말까지 자사 주식 및 채권 지수에서 21개 중국 기업을 제외하기로 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월 중국군과 연관된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중국에 대한 견제로 본다.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에서 “중국이 몇 년 이내에 금융 서비스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강력한 도전자가 될 것”이라면서 “미국이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근시안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월가의 ‘큰손’들은 중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8월 중국 내 자산운용 사업에 진출했고 9월 초에는 뮤추얼펀드 사업 허가를 받았다. 2위 업체인 뱅가드는 홍콩의 아시아 지역 본부를 중국 상하이로 이전할 예정이다. 씨티은행은 지난 9월 미국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내 펀드 수탁 업무 사업 허가를 따냈다. JP모건체이스는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던 뮤추얼펀드 업체 중국 국제 펀드매니지먼트(CIFM)의 나머지 지분을 상하이국제트러스트로부터 모두 사들이기로 지난 4월 합의했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공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2018년 4월 ‘금융업 개방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외국 자본의 중국 은행 지분 제한 폐지, 증권·펀드·선물회사의 지분 한도 상향 등 개방 수준을 확대했다. 특히 올해는 외국인 소유 선물·보험기업 영업과 100% 외국인이 소유하는 증권사 설립을 허용하는 등 45조달러(5경3415조원) 규모의 금융시장을 개방했다. KDB미래전략연구소 이은영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미국과의 갈등 첨예화, 기술 패권 경쟁 본격화로 중국 내부에서는 자국의 금융 경쟁력이 취약해 미국의 제재가 금융 분야로까지 확장되면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위기감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성장 잠재력도 크다. 중국 개인들의 금융 자산은 2013~2018년 사이 연평균 14.1%씩 증가했는데 절반은 예금이다. 딜로이트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글로벌 컨설팅 업체들은 향후 3~5년 이내에 중국이 공모펀드 시장과 자산관리 시장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금융 정책에 대한 당국의 입김이 강한 것은 한계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리스크분석본부 부장은 “정부 주도가 필요할 때도 있으나 효율성 측면에서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달 3일 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됐던 IPO인 앤트그룹 상장을 무산시켰는데, 시장에서는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가 공개 석상에서 중국 금융 당국을 비판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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