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실질소득 7년 만에 최대 감소···‘적자가구’ 비율 2019년 이후 최대

2024.05.23 15:47 입력 2024.05.23 15:59 수정

지난 5일 서울의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사과를 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5일 서울의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사과를 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직장인 최모씨(28)는 최근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를 찾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집 근처 마트보다 조금이라도 더 싼 식료품을 찾기 위해서다. 외식 빈도도 절반으로 줄였다. 지난해보다 임금은 10여만원 올랐지만 연일 오르는 물가를 따라잡기 버겁다. 최씨는 “2년새 장바구니가 가벼워 진 게 느껴진다. 웬만한 건 동네마트에서 샀는데 요즘은 그나마 더 저렴한 온라인쇼핑몰로 눈을 돌리게 된다”면서 “지출을 줄이기 위해 테이크아웃커피도 끊었다”고 했다.

올 1분기 가계 실질소득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실질 근로소득이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며 가구 소득 감소세를 주도했다. 쓸 수 있는 소득보다 지출이 더 큰 적자 가구 비율도 2019년 이후 가장 높았다. 고물가가 ‘뉴노멀’이 되면서 가계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것이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따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1.4%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1.6% 감소했다. 2017년 1분기(-2.5%)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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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소득 감소는 가장 비중이 큰 근로소득이 329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1% 줄어든 영향이 컸다. 1분기 기준 근로소득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21년 1분기(-1.3%) 이후 3년 만이다. 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실질근로소득은 3.9% 줄었다. 근로소득 감소는 삼성·LG 등 대기업의 상여급 감소로 고소득층 급여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소득 1~4분위에서는 근로소득이 소폭 증가했지만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에서는 2% 줄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업황 부진으로 상여금 등이 줄어든 게 근로소득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계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3.0% 늘었다. 세금·이자비용 등을 포함한 비소비지출은 107만6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2% 증가했다. 고금리 여파로 이자 비용(11.2%)이 부담이 큰 폭으로 커졌다. 3% 내외의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1분기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0%로 변동이 없었다. 지출은 늘었지만 물가가 올라 실제 소비 규모는 이전과 같았던 셈이다.

‘밥상 물가’가 전체 지출을 끌어올렸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40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7.2% 늘었다. 항목별로 과일 및 과일가공품 구매액이 지난해보다 18.7% 증가했고, 채소 및 채소가공품도 10.1% 지출이 늘었다. 외식 소비가 포함된 음식·숙박 분야 지출도 42만7000원으로 지난해보다 5.8% 늘었다.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오락·문화 분야 지출(21만3000원)으로 9.7% 증가했다.

가계 살림살이는 팍팍해졌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1.4% 늘어난 404만6000원이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13만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6% 감소하며 3개 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을 뜻하는 흑자율은 28.1%였다. 적자 가구 비율은 26.8%로 지난 2019년 1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과장은 “가구당 월평균 소득과 지출 모두 전년 대비 다소 둔화됐다”면서 “실질소득이 줄어든 데는 다른 변수는 거의 없고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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