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위험 비행’ 여전

2010.12.13 21:28 입력 2010.12.14 13:38 수정

엔진 결함 등 인한 운행 지연 9월 이후 7차례 잇달아

정부 점검 후에도 4번 발생… 안전 불감증 위험 수위

대한항공이 정비불량이나 엔진 결함 때문에 지난 9월 이후 7차례나 비행기 출발시간을 어겼다. 대한항공은 안전사고 우려 때문에 정부의 특별 안전점검을 받고 나서도 4차례나 위반사항이 더 적발됐다. 국적 항공사의 안전 불감증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항공사의 잦은 정비 결함은 항공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 안전사고 위험과 직결돼 있어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3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시카고에서 인천으로 출발할 예정인 대한항공 B747기는 320명의 승객을 태운 뒤 연료 탱크에서 기름이 새는 바람에 운항이 중단됐다. 승객들을 이 때문에 2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대한항공 ‘위험 비행’ 여전

지난달 18일엔 마드리드를 출발하려던 대한항공 B777기가 갑자기 엔진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 승객 140여명이 14시간 동안 발을 굴렀다. 지난 4·5일에는 일본 니가타에서 출발할 예정이던 B737기와 뉴욕발 비행기가 각 부품 및 연료계기판 이상으로 6시간과 3시간씩 지연 운항됐다.

대한항공의 이 같은 지연운항은 10월 말 국토부의 특별점검 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대한항공은 9~10월 국제선 운항 중 엔진 고장으로 3차례나 회항한 뒤 정부의 특별점검을 받았다. 당시 특별점검에서 대한항공은 엔진 결함 사실이 드러나 정비시스템 개선 명령을 받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점검 당시 대한항공은 교체 연한이 지난 엔진을 일부 사용하는가 하면 기름이 새는 엔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비 불량에 따른 운항 지연이 계속될 경우 대한항공에 대한 강도 높은 특별점검을 추가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지연운항 사고 빈도는 아시아나항공(3건)이나 다른 저가항공사(1건)에 비해서도 많은 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월3일 인천발 뉴욕행 화물기가 비행 중 작동유 감소 경고 메시지가 뜨는 바람에 경유지인 앵커리지공항에 서둘러 착륙했다.

같은 달 19일에는 부산발 사이판행 여객기가 이륙 직후 작동유 감소 경고 메시지가 떠 인천공항으로 항로를 변경해야 했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잦은 지연운항에 대해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하다 기본인 항공기 정비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3·4분기(7~9월)에 3조1262억원의 매출과 358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2% 늘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58%, 121%나 증가했다.

정부는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잇단 엔진·부품 정비 결함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판단에 따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특별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 무사고 11년을 맞아 항공업계와 당국에 만연해 있을지 모를 안전 불감증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세밀한 점검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99년 12월23일 대한항공의 B747 화물기가 영국 스텐스테드에 추락해 4명이 숨진 이후 지금껏 사망 사고는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30대가 넘는 항공기가 하루에도 450편 이상 이·착륙을 반복한다”며 “항공기 출발 전 안전운항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빚어진 지연 사례이지만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안전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박기자의 Airport] 인천공항에 발 묶인 항공기 2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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